메르세데스-벤츠가 한 번 충전으로 1000㎞ 이상을 주행할 수 있는 순수 전기 콘셉트카 '비전 EQXX'를 공개했다. 한 번 충전으로 서울~부산을 왕복할 수 있는 셈이다. 아직은 양산 전인 콘셉트카이지만, 그동안 나온 전기차 중 주행거리가 가장 길다. 내연기관차의 역사 그 자체인 벤츠가 전기차 시장에서 빠르게 기술력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벤츠는 전기차의 주행 거리를 늘리기 위해 공기 역학적 디자인과 고효율 전기 구동 시스템을 적용했다. 무엇보다도 벤츠는 1년 6개월의 연구 끝에 비전 EQXX에 150㎾의 출력을 내는 초고효율 전기 구동 시스템을 적용해 배터리에서 나오는 에너지의 95%가 모두 바퀴로 전달되도록 설계했다. 벤츠는 4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2′에 맞춰 비전 EQXX를 온라인으로 최초 공개했다.
벤츠는 비전 EQXX의 배터리 크기를 키우는 대신 에너지 밀도를 400Wh/L까지 높인 100㎾h의 고용량 배터리팩을 탑재했다. 이 콘셉트에 탑재되는 배터리는 대형 전기 세단 '더 뉴 EQS' 배터리와 비슷한 수준의 에너지 용량을 갖추면서도 크기는 절반으로, 무게는 30% 줄였다.
또 차 지붕에는 117개의 태양광 전지를 장착해 주행거리를 25㎞ 더 늘렸다. 이 태양광 전지는 온도 조절 장치와 조명,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도 전력을 전달한다. 공기 저항도 크게 줄였다. 비전 EQXX의 공기저항계수는 0.17Cd로, 현재 양산 모델 중 가장 낮을 뿐 아니라 더 뉴 EQS보다도 향상된 수준이다.
벤츠는 이 같은 기술이 적용된 비전 EQXX의 주행 거리를 실제 교통상황을 반영한 디지털 시뮬레이션을 통해 측정한 결과, 1회 충전에 1000㎞ 이상을 주행했으며, 에너지 효율은 1㎾h당 약 9.6㎞ 이상이었다고 설명했다.
실내는 문손잡이에 바이오스틸 섬유를, 실내 시트는 버섯과 선인장으로 만든 가죽을 사용하는 등 스타트업에서 개발한 생명 공학 소재를 활용했다. 또 47.5인치의 완전 일체형 디스플레이를 탑재하고 운전자의 요청에 바로 응답하는 음성 인식 비서 '스타-클라우드 아바타'를 적용했다.
마르쿠스 쉐퍼 벤츠 AG 최고기술경영자(CTO)는 "비전 EQXX 개발 과정에서 진행된 기술 프로그램은 앞으로 벤츠 차량에 적용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