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000270)의 차종별 납기 일정이 지난해보다 수개월씩 늘었다. 올해 상반기에는 회복될 것으로 여겨졌던 반도체 수급난이 올해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1월 신차고객 상담을 위한 전 차종 납기표를 딜러들에 제공했다. 납기표에 따르면 하이브리드(HEV)와 전기차(EV)를 중심으로 고객 납기 기간이 길어졌다. 이날 기준 기아 전 차종에서 납기가 가장 긴 모델은 패밀리카·차박(차에서 숙박)으로 인기가 높은 쏘렌토 하이브리드 모델로 14개월이다. 두 달 전인 지난해 10월보다 약 3개월이 늘었다.
기아의 하이브리드 모델은 대부분 1년 전후의 납기 지연기간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새롭게 모습을 바꾼 K8 하이브리드는 작년 10월 기준 8개월에서 최근 11개월로, 5세대 스포티지 하이브리드도 9개월에서 12개월로 대기 기간이 늘었다. 지난해 6개월 미만이었던 K5 하이브리드 모델의 납기도 7개월로 늘었다.
전기차 상황은 더 심각하다. 기아의 첫 전용전기차 EV6는 전 사양이 13개월 이상 대기해야 한다. 지난해 인기가 높았던 봉고 전기차도 10개월 이상이 소요된다. 풀체인지를 앞두고 생산이 종료된 니로는 이달 내 출시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납기일정에 나타난 대기 기간은 최소 기간으로, 반도체 수급 상황에 따라 더 늘어날 수 있다. 같은 그룹사인 현대차(005380)도 납기 지연을 겪고 있는데, 아이오닉 5와 제네시스 GV60 역시 12개월 이상 소요되며 출고를 대기 중인 계약도 각각 4만4000대, 1만7000대를 넘었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는 지난해 급격히 늘어난 친환경차 수요로 심각한 납기지연을 겪었는데 코로나로 억눌렸던 구매수요가 연말에 몰리면서 올해 초부터 지연이 더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하이브리드차는 저공해차 정책으로 개별소비세 감면과 취득세·공영주차장 이용료 감면 혜택을 받는다. 또 세제 혜택과 전기차 구매보조금이 아직 남아있어 업계에서는 올해 친환경차로의 전환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추측한다.
2020년도 말부터 시작된 글로벌 차 반도체 부족은 올해 상반기까지는 지속될 전망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하반기까지도 반도체 공급난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IT매체 더넥스트웹은 반도체 제조사들이 공급을 당장 늘린다고 해도 폭발하고 있는 수요를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반도체 공급난이 산업별로 하반기까지 계속 될 것으로 전망했다.
팻 겔싱아 인텔 최고경영자(CEO)도 최악의 경우 반도체 수급난이 2023년까지 연장될 수 있다고 봤다. 퀄컴과 폭스콘도 2022년 하반기 무렵 공급난이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