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시장에 매물로 나온 쌍용차의 매각 작업이 또다시 차질을 빚고 있다. 인수 후보자인 에디슨모터스가 인수 절차를 마무리하기도 전 경영에 관여하겠다고 나서자 쌍용차 안팎에서 반발이 나온 것이다. 당사자 간 합의가 지연되면서 당초 이달 마무리될 예정이었던 본계약도 미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쌍용차 매각이 틀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당초 이달 체결될 예정이던 쌍용차 매각을 위한 본계약은 내년으로 미뤄지게 됐다. 쌍용차 인수에 나선 에디슨모터스와 쌍용차 매각 주간사인 EY한영회계법인이 구체적인 인수 조건을 놓고 합의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쌍용차 평택공장 부지 개발과 에디슨모터스의 인수 전 경영 관여 등 일부 사안을 놓고 잡음이 지속되고 있다.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모습./연합뉴스

에디슨모터스의 강영권 회장은 본 계약서에 쌍용차 자금 활용과 사업 추진에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기 전 쌍용차 경영에 관여하겠다는 것이다. 강 회장은 29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본 계약에 이러한 내용을 넣지 않는다면 인수 의향을 철회할 수 있다”며 강수를 뒀다.

이에 대해 쌍용차 안팎에서는 인수 협상 과정에서 에디슨모터스가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불만이 나왔다. 우선협상대상자 지위에서 행사할 수 있는 권한 범위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업회생 과정에서 이뤄지는 인수합병(M&A)은 본 계약이 체결되면 종결되는 일반적인 M&A와 달리, 본 계약 이후 인수 대금을 채권자들에게 배분하는 회생계획안을 작성한 뒤 관계인 집회를 통해 채권자, 주주의 동의를 얻고 법원으로부터 회생계획안 인가 결정을 얻어야 종결된다”며 “회생계획안이 인가되지 않을 경우 투자 계약도 무효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직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 경영에 관여하거나 개입할 법적 지위를 확보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 운영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평택공장 부지 개발을 추진하겠다고 한 계획도 논란이다. 강 회장은 쌍용차 공장을 외곽으로 이전하고, 지금 공장 부지에는 용도 변경을 통해 아파트를 짓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개발을 통해 발생한 이익으로 쌍용차 빚도 갚고 전기차 개발도 추진하겠다며 평택시도 이런 의지를 갖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강 회장의 발언이 나온 직후 평택시는 “동의한 적 없다”며 부지 개발은 신중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평택시는 부지 개발을 둘러싼 특혜 논란을 감수하면서도 지원을 약속했지만,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평택공장 이전과 부지 개발 관련 논의 자체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쌍용차 내부에서도 에디슨모터스의 M&A 접근 방식이 우려스럽다는 얘기가 나왔다. 최근 새로 선출된 쌍용차 노조는 조합 소식지에 “확실한 자금조달 계획이나 사업 구상을 제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부지 개발 계획을 밝힌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