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부진을 겪고 있는 르노삼성자동차와 쌍용자동차, 한국GM 등 국내 완성차 3사가 수출 확대에 나선다. 현대차(005380)기아(000270)는 물론 수입차들의 공세에 안방을 내주면서 유럽과 중남미 등 수출에 총력을 기울여 활로를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29일 한국GM에 따르면 신형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CUV) 생산을 맡게 될 창원공장의 정비공사가 내년 초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창원공장은 경차 스파크를 생산하고 있는데, GM 본사가 한국GM에 신형 CUV 생산을 배치했다. 한국GM은 2019년 창원공장 내 신규 도장공장을 착공했고 이번 정비로 생산설비를 완공해 늦어도 내년 하반기에는 신형 CUV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CUV는 유럽에서 인기가 높은 소형차급이라 상품성만 받쳐준다면 한국GM의 입지를 강화하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수출을 위해 선적되는 쉐보레 트레일 블레이저./한국GM 제공

신형 CUV는 글로벌 본사에서 수년 만에 한국GM에 배정한 전담 차량으로, 트레일블레이저와 함께 GM의 한국 내 생산을 책임지게 된다. 한국GM은 창원공장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해 연 20만대 이상을 국내에서 생산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GM 관계자는 “신형 CUV는 내수시장에 출시하기 전에 수출을 먼저 시작하고, 수출 상황을 보고 2023년쯤 국내에 투입할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차를 내수시장보다 수출길에 먼저 올리는 것은 국내 중견차 3사의 특징 중 하나다. 한국GM은 수출 효자로 꼽히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트레일블레이저를 국내에 출시하기 전 해외에 먼저 선적했고, 르노삼성은 지난해 생산을 시작한 소형SUV XM3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해외에 먼저 내보냈다. 국내는 친환경차에 대한 인증절차가 보다 까다롭고, 유럽에서 소형 및 친환경차 선호가 높기 때문이다. XM3 하이브리드 모델은 내년 하반기가 돼야 국내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쌍용차 역시 브랜드 첫 전기차인 코란도 이모션(e-motion)을 지난 9월 수출하기 시작한 반면, 국내에서는 아직 사전계약조차 시작하지 않았다. 쉐보레의 트레일블레이저나 르노삼성의 XM3처럼 수출 효자 모델이 없는 쌍용차로서는 수출길을 열 모델이 시급했던 것이다. 앞서 쌍용차는 인기모델인 소형SUV 티볼리 디젤모델도 국내보다 해외에 먼저 내보냈었다.

3사가 수출시장에 먼저 상품을 선보인 뒤 국내에서 판매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내수시장에서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서다. 한국GM과 르노삼성의 경우 해외에서는 모회사인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프랑스 르노그룹의 브랜드 영향력이 막강하다. 국내에서는 현대차, 기아에 밀리고 최근에는 벤츠와 BMW 등 수입차에도 뒤지고 있다.

쌍용자동차의 첫 전기차인 '코란도 이모션'이 수출을 위해 배에 실리고 있다. /쌍용차 제공

르노삼성과 한국GM은 올해도 수출에 힘을 실어 왔는데 실제로 내수가 줄어드는 동안 수출은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달 르노삼성의 경우 내수시장에서는 전년 동월대비 15% 줄어들었으나 수출은 1254.4% 늘었다. 올해 6월부터 유럽 전역에서 판매를 시작한 XM3의 영향이다. XM3는 폭발적인 인기로 올해 전체 수출 목표치였던 5만대를 지난달에 이미 초과 달성했다.

한국GM 역시 지난달 내수시장에서는 판매량이 전년 동월대비 60.1% 줄었다. 하지만 수출 효자인 트레일블레이저의 해외 판매가 전월 대비 121% 늘면서 실적을 견인했다. 한국GM은 내년에 트레일블레이저와 함께 신형 CUV를 선보여 경영 정상화를 노린다는 계획이다.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쌍용차는 준대형SUV 렉스턴과 코란도 이모션의 해외 판로를 개척하고 있다. 이달부터 유럽 판매지역을 넓히고 특히 올 하반기 흑자 전환에 성공한 호주 직영 판매법인을 중심으로 호주와 뉴질랜드 등 오세아니아 권역에서 마케팅 강화와 시장 확대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