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미국 중고차 시장의 매물 평균 가격이 올해 최고가를 경신하는 등 세계 중고차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난 및 공급 부족의 여파로 국내에서도 중고차 가격이 신차보다 비싼 경우가 생겼는데, 중고차 가격은 내년 말이 돼서야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현지 자동차 전문매체 더드라이브가 프랜차이즈 및 독립 매매상들의 자료 등을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12월 기준 미국 중고차의 평균 가격은 2만7500달러(약 3270만원)로 한달 전(2만7000달러)보다 500달러 높아졌다. 미국에서는 통상 1만 달러(약 1185만원) 이하의 중고차를 많이 찾는데, 최근 가격 상승으로 구매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중고차 가격 상승은 전세계적인 현상으로 지난해 말부터 시작됐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지난 6일 내놓은 산업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 주요 지역의 10월 기준 중고차 평균가격은 연초와 비교해 영국 28.3%, 이탈리아 10.2%, 독일 8.6%, 프랑스 3.2% 등 상승했다. 아시아 지역의 상승세도 높다. 일본의 지난 10월 기준 중고차 경매가격은 1년 전 대비 11% 상승했으며 중국의 지난달 중고차 평균 거래가격은 지난 7월 이후 4개월 연속 상승한 6만7100위안(1246만원)으로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내 중고차 시장에서는 신차보다 가격이 비싼 중고차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날 중고차 매매 플랫폼 엔카닷컴에 따르면 2021년~2022년형 5세대 스포티지의 가격대는 2473만원부터 4199만원까지 형성 돼있었다. 가장 비싼 매물과 같은 신차는 3800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의 여파로 신차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신차 수요가 중고차 시장으로 옮겼고, 이에 따라 가격이 오른 것으로 분석한다. 국내 완성차 업계의 올해 3분기 자동차 생산량은 총 76만1975대로 지난해 동기보다 21%가량 줄었다.
중고차 가격은 내년 4분기에나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오토모티브뉴스가 공개한 컨설팅기업 KPMG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고차 가격은 신차 공급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4분기에서 2023년 초에 걸쳐 약 20~30%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완성차 제조사들이 내년 신차 생산량 확대를 발표한 만큼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을 것으로 예측된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내년에도 신차 공급이 원활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중고차 가격 안정화까지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미국 자동차 전문 조사 및 분석기업 콕스 오토모티브 애널리스트들은 중고차 공급물량이 2025년까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