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코리아가 1년 가까이 차량 출고를 기다리고 있던 모델Y 스탠다드레인지(SR) 트림 사전 계약자들에게 대기 취소나 상위트림으로 변경할 것을 요청한 사실이 확인됐다. 해당 소비자들은 기다리는 동안 다른 차로 계약도 못하고 받을 수 있는 보조금도 줄게 돼 당황스럽다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모델Y 스탠다드레인지 사전 계약자가 1만명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테슬라코리아는 모델Y 스탠다드레인지(SR) 트림 계약자들에게 유선 및 문자메시지를 통해 취소를 요청하고 있다. 모델Y 스탠다드레인지 트림이 현재 생산 및 입항 계획이 없으므로 주문을 유지하더라도 인도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취소해달라는 내용이다.

테슬라가 중국에서 생산해 판매하는 모델Y SUV. /테슬라

테슬라코리아는 만약 모델Y의 인도를 원한다면 스탠다드레인지가 아닌 상위트림 롱레인지(LR)와 퍼포먼스(PR)로 변경이 가능한데, 가격은 최근 상승된 금액으로 지불해야 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두 트림은 각각 7989만원, 8699만원으로 지난 2월보다 990만원, 700만원 올랐다. 테슬라는 지난 1년간 수차례에 걸쳐 차 가격을 올려왔다.

테슬라코리아는 이들에게 또다른 옵션으로 모델Y 보다 저렴한 모델인 모델3를 선택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다만 이 경우에는 기존 주문일이 아닌 신규 주문으로 들어가게 되고 가격 역시 최근 인상된 가격으로 계약이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모델3의 최하위 트림인 스탠다드레인지 플러스도 당시 모델Y 스탠다드레인지(2월 기준 5999만원)보다 비싼 6159만원이다. 현재 보조금을 100% 받을 수 있는 가격은 6000만원까지라 모델Y 롱레인지나 퍼포먼스, 모델3로 전환하면 보조금을 전액 받을 수 없다.

모델Y 스탠다드레인지는 올해 2월 12일 국내에서 계약을 시작했다. 모델Y는 테슬라에서 내놓은 두번째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모델인데, 1억원이 넘어가는 SUV 모델X와 달리 가격이 낮아 외국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특히 모델 Y 스탠다드레인지는 국내에서 보조금 50%를 지급받을 수 있는 차량으로 인기가 높았다.

그러나 계약을 시작한 지 10일 뒤 테슬라 코리아는 모델Y 스탠다드레인지의 판매를 돌연 중단했다. 당시 테슬라코리아는 “스탠다드레인지는 현재 구매 불가한 상태”라며 이미 계약을 진행한 고객들에게 판매를 진행할 지에 대해서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할 것 같다”고 했었다. 이후 테슬라코리아는 어떤 공지도 하지 않고 출고를 진행해 미리 계약을 한 사람들은 차량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테슬라가 중국에서 판매를 시작한 '스탠다드' 모델Y. 가격은 27만6000위안으로 우리돈 4800만원 정도다./테슬라 중국 홈페이지 캡처

한 계약자는 “해외에서 판매를 시작한 저가형 모델Y 스탠다드는 왜 옵션의 대상에도 없느냐”며 “테슬라코리아는 결국 돈을 더 벌 수 있는 옵션만 제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테슬라는 지난 8월 중국에서 모델Y 스탠다드 모델을 내놨다.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해 주행거리와 성능이 떨어지지만 가격은 27만6000위안(약 4800만원)으로 저렴하다.

테슬라코리아의 주문계약서에는 ‘주문 시점 이후 제품, 기능 또는 옵션의 생산을 중단하게 되는 경우 당사는 귀하의 주문을 취소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모델Y 스탠다드레인지의 계약금이었던 100만원도 그대로 반환된다.

다만 이는 대부분의 완성차 주문계약서에 통상적으로 들어가는 문구로, 다수의 계약자들이 남아있는 경우 통상적으로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기존 계약까지는 생산을 진행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인기 모델을 일방적으로 취소해 대규모의 취소 차가 일어나도록 하는 경우는 10년 이상 업계에 근무하면서 처음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