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업계를 덮친 반도체 품귀난에 제네시스의 첫 전기차 GV60이 극심한 출고지연을 겪고 있다. GV60은 일부 트림이 정부의 친환경차 보조금을 100% 받을 수 있는 가격으로 출시되면서 인기가 높았는데, 올해 내 출고 받지 못하면 보조금이 절반 이상 줄어 일부 계약자는 다른 차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20일 현대차(005380)에 따르면 GV60은 지난달까지 총 453대만 출고됐다. 10월 6일 사전계약을 시작한 후 1주일 만에 1만1000대가 넘게 사전계약이 됐는데, 반도체 부족으로 연내 생산 가능 물량은 1000대 정도로 예상된다. 이마저도 이달 생산량이 10~11월보다 많아야 가능하다.

제네시스 GV60. /제네시스 제공

출고가 늦어지는 이유는 전기차 제작에 필수적인 도메인 컨트롤 유닛(DCU) 등 반도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이 달 들어 첫 특근까지하며 생산량을 늘리는 데 공을 들이고 있지만, 일부 시간대에는 라인을 세우고 공장을 돌려도 컨베이어 벨트 위에 차량이 없는 경우도 있다. GV60은 전기차 중에서도 출고 대기 기간이 가장 긴데, 지금 주문하면 출고까지 1년 이상 걸린다.

문제는 보조금이다.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국고 보조금을 기존 800만원에서 내년부터 700만원(연비·주행거리 기준, 충전 성능 등 추가 보조금 포함)으로 줄이고, 보조금을 100% 받을 수 있는 차 가격도 5500만원 이하로 낮추는 전기차 보조금 개정 초안을 공개했다. 업계에서는 특별한 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초안대로 확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GV60의 최하위 트림인 스탠다드 후륜모델의 가격은 5990만원으로 GV60 전 트림 중 유일하게 최대 한도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었다. 서울에서는 정부 보조금 800만원에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200만원을 더해 총 1000만원을 받을 수 있고, 다른 지자체에서는 최대 18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GV60 사전계약자의 80%가 넘는 인원이 스탠다드 후륜모델을 선택한 이유다.

하지만 내년에는 보조금이 절반 이상 깎인다. 정부 보조금이 700만원의 50%인 350만원으로 줄고 지자체 보조금도 정부 보조금에 비례해 절반으로 줄어 총 보조금은 450만원이 된다. 지자체 보조금이 서울보다 많은 경기, 충청 등에선 보조금이 더 많이 줄어든다.

보조금 지급 순서는 출고 기준이다. 올해 사전계약을 했어도 내년에 출고되면 내년 기준으로 보조금을 받게 된다.

GV60

GV60 사전계약자들 사이에서는 보조금을 100% 못 받으면 다른 차량을 구매하는 편이 낫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조금을 못 받으면 결과적으로 차값을 더 주고 구매하는 셈인데, 비슷한 가격대로 다른 수입차를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물망에 오른 모델들은 BMW i4, 아우디 Q4이트론, 폭스바겐 id4 등이다.

컨버전을 기대하는 고객들도 있으나 이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컨버전은 계약순서는 그대로 두고 선택옵션을 바꿀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인데, 올해 상반기 아이오닉 5가 반도체 품귀난으로 출고가 지연되면서 제조사인 현대차가 옵션을 빼서 출고시기를 앞당길 수 있도록 컨버전을 실시했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GV60의 인기가 높아 대기 기간이 길어지고 있는데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며 "GV60의 경우 컨버전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