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가 미국에서 생산하고 있는 중형 SUV ‘X5′를 내년부터 중국에서도 생산하기로 했다. 중국 내 BMW 판매가 빠르게 늘고 있어 현지 생산을 확충하고 나선 것이다. 16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BMW 대변인은 “X5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스파르탄버그공장에서 생산되는데, 중국에서도 생산하기로 했다”며 “다만 중국에서 X5가 생산되더라도 미국 공장 생산량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X5가 중국에서도 생산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수입 모델에도 변화가 있을지 소비자의 관심이 크다. BMW X5는 올해 1~11월 국내에서 5200대 넘게 판매된 인기 모델이다. BMW코리아 측은 “국내에 수입되는 X5는 전량 미국에서 생산된다”며 “국내에 수입되는 물량의 생산지가 바뀔 예정은 없다”라고 말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중국 내 생산 능력을 확대하는 가운데 국내 시장에도 중국 공장에서 조립된 글로벌 브랜드의 완성차가 더 많이 등장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산 자동차는 품질이 낮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유럽 브랜드가 중국 생산을 확대하면서 국내로 들어오는 중국산 수입차 모델도 늘었다.
중국에서 조립돼 국내에서 판매되는 수입 브랜드 차는 볼보의 대형 세단 ‘S90′이 유일했지만, BMW가 지난달 전기차 ‘iX3′을 출시했다. 볼보와 중국 지리차의 합작사인 폴스타는 내년 중국에서 생산된 ‘폴스타 2′를 출시할 계획이다.
볼보는 처음 스웨덴 공장에서 생산한 S90을 출시했지만, 2018년 하반기 내놓은 2019년형 모델부터 중국에서 생산한 S90을 수입하고 있다. 볼보는 S90 출시 당시에는 중국산 제품을 들여올 계획이 없다고 했지만 이후 정책이 바뀌었고, 생산 공장이 바뀌면서 S90 판매 가격은 600만원 인하됐다.
S90은 올해 연간 판매량이 3000대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해(1776대)와 비교하면 판매량이 두 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2018년 하반기부터 중국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으로 변경되면서 판매가 주춤했지만, 이듬해부터는 다시 판매량이 회복됐고 지난해와 올해 판매량은 더 증가했다.
BMW가 지난달 출시한 전기차 ‘iX3′ 판매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iX3은 중국 선양 공장에서 생산된다. BMW는 지난달 25일 iX3을 출시했는데, 온라인으로 판매를 시작한 지 한 시간 만에 초도 물량 125대가 모두 팔렸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조립된 차라고 하면 품질이 낮을 것으로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많지만, 정작 판매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며 “수입차 업체들이 중국 생산 능력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중국산 자동차를 국내로 들여오는 장벽이 낮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중국에서 생산하려는 수입차 업체가 조금씩 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업체는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고 품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중국에서 생산하는 물량은 중국 현지에만 판매하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모회사 다임러는 중국에서 EQA·EQB·EQC 등 전기차 모델 생산을 확대하면서도 국내에는 유럽 공장에서 생산하는 모델을 판매하고 있다. 독일 슈퍼카 브랜드 포르셰는 아예 높은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중국에 생산 공장을 짓지 않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