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엔젤레스(LA) 컨벤션센터. 현대자동차가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콘셉트카 ‘세븐(SEVEN)’을 공개하자 장내에 모인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 각국에서 온 기자들로부터 박수가 터져나왔다. 세븐은 2019년 ‘45′, 2020년 ‘프로페시’ 콘셉트카에 이어 전용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의 세번째 콘셉트카로, 대형 SUV 전기차 비전을 제시하는 모델이다. 이날 현대차는 ‘2021 LA 오토쇼’에서 세븐을 최초 공개했다.

컨퍼런스가 끝나자 사람들은 세븐 앞에 모여들어 헤드램프와 리어램프 등에 적용된 ‘파라메트릭 픽셀’을 직접 만져보기도 했다. “차 색깔이 마음에 든다”, “내부가 멋지다”는 등의 탄성이 잇따랐다.

이날 오토쇼에서 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북미권역본부장은 “아이오닉의 세번째 라인업에 대한 콘셉트카를 공개할 수 있어 기쁘다”며 “친환경 모빌리티를 바탕으로 2045년 탄소중립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상엽 현대자동차 디자인센터장(전무)은 차량 내부에 직접 타서 설명하면서 “세븐은 운전대가 필요 없는 자율주행 레벨4 수준이 구현될 것으로 예상하고 디자인했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 전지 SUV 콘셉트카 세븐./변지희 기자

세븐은 아이오닉5와 동일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으로 차량을 만들면 차종에 따른 자유로운 제품 개발이 가능한데, 현대차는 이를 통해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전기 SUV인 ‘SUEV(Sport Utility Electric Vehicle)’ 디자인을 완성했다고 전했다.

외관은 공력 효율에 최적화된 디자인과 순수한 조형미를 통해 전형적인 SUV 디자인과는 전혀 다른 실루엣을 연출했다. 후드를 보다 낮추고, 루프까지 이어지는 하나의 곡선과 긴 휠베이스를 통해 아름다운 비율을 구현해냈다.

또 아이오닉 브랜드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동시에 아날로그와 디지털 감성을 연결하는 ‘파라메트릭 픽셀’ 디자인을 헤드램프, 리어램프 등에 적용했다. 23인치 휠에 내장된 액티브 에어 플랩(Active Air Flap)은 주행 상황에 맞게 에어 플랩(공기 덮개)을 움직여 공기 흐름을 제어함으로써 주행거리를 연장해준다.

이상엽 현대차 디자인센터장이 17일(현지시각) LA오토쇼에서 직접 전기 SUV 콘셉트카 '세븐'에 타서 내부를 설명하고 있다./변지희 기자

외관 색상은 오로라에서 영감을 얻은 녹색 계열의 ‘어스 이오노스피어(Earth’s Ionosphere)’로, 민들레 꽃과 청색의 천연 염료인 인디고를 조합해 만들었다. 컬러 제조 과정에서 천연 염료에 혼합된 구리 입자의 향균 효과를 살리고 배출가스를 최소화해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세븐의 디자인 방향성을 담았다.

세븐의 실내는 거주성을 향상시켜 탑승객들이 자유롭게 공간을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조수석 쪽에만 기둥이 없는 코치 도어를 적용해 비대칭적인 배치를 이뤘다. 세븐 내부는 유선형의 루프 라인과 더불어 3.2m의 긴 휠베이스, 3열까지 이어진 플랫 플로어가 넓은 공간을 연출한다. 운전석에는 필요할 때만 위로 올라오는 전자 변속기 ‘컨트롤 스틱(Control Stick)’이 탑재됐다.

180도 회전을 비롯해 앞뒤 이동이 가능한 2개의 스위블링 라운지 체어와 1개의 라운지 벤치 시트는 운전 모드, 자율주행 모드 등 상황에 따라 자유로운 시트 배열을 가능하게 해준다. 27인치 디스플레이가 장착된 이동식 콘솔 ‘유니버셜 아일랜드’는 가전 제품처럼 디자인돼 집과 같은 아늑한 분위기를 만든다.

현대자동차 전지 SUV 콘셉트카 세븐./변지희 기자

또한 차량 루프에 설치된 77인치 비전루프 디스플레이는 멀티스크린을 통해 탑승자 개별 취향에 따라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해줌으로써 주행의 즐거움을 극대화시킨다. 이와 함께 라운지 벤치 시트 하단에 살균, 탈취, 건조 기능을 통해 신발을 항상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는 공간과 음료를 시원하게 보관할 수 있는 미니 냉장고도 마련했다.

세븐은 차량 내부에 친환경적이고 위생적인 소재를 사용했으며, 공기 순환 시스템과 UVC 살균 모드를 탑재했다. 실내 표면은 화학 첨가물이 없는 광물질 마감재를 사용했으며 시트에 살균 기능을 가진 섬유, 카페트에 항균 기능을 하는 대나무 소재를 적용하는 등 지속가능하고 위생적인 소재를 차량 내부 곳곳에 활용했다. 아울러 라운지 벤치 시트와 유니버셜 아일랜드 안에도 소독용 수납 공간이 마련돼 있어 탑승자들이 소지품을 소독할 수 있다.

현대차는 세븐에 급속 충전 시스템을 적용해 충전 효율을 높였다. 350kW급 초급속 충전시 20분 이내 배터리 용량의 10%에서 80%까지 충전이 가능하다. 1회 충전으로 최대 482㎞ 이상 주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울러 차량 외부로 일반 전원을 공급하는 V2L(Vehicle to Load) 기능이 탑재돼 있어 다양한 외부환경에서 가전제품, 전자기기 등을 사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