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 업체 포드가 자동차를 온라인으로 주문을 받아 해당 옵션대로 차량을 생산하는 '주문 후 생산(build-to-order)', 이른바 맞춤형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회사가 생산량을 결정하는 게 아니라 주문이 들어오는 옵션대로 제품을 생산해 수요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재고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것이다.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앞으로 맞춤형 생산 비중을 25%까지 확대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을 처음 고안해 자동차 대량생산 시대를 연 포드가 시대 변화에 따라 또 다른 생산 혁신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자동차 시장에서 맞춤형 생산은 일부 고급 브랜드에 해당하는 생산 방식이었다. 롤스로이스나 벤틀리 등 수제 자동차를 제작하는 최고급 브랜드나 메르세데스-벤츠, BMW, 재규어 등 고급 브랜드의 일부 모델 정도만 맞춤형으로 생산된다. 국내에서는 현대차(005380)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가 '유어 제네시스'라는 맞춤형 생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낮은 가격대 모델을 판매하는 보급형 브랜드는 대량 생산 시스템으로 생산비를 낮추고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이들 완성차 업체는 수요를 미리 파악한 뒤, 엔진 종류와 파워트레인, 색상, 디자인 등의 옵션을 몇 가지로 나눈 뒤 대량 생산한다. 이런 대량생산 체제는 대량 판매로 이어진다. 그동안 전 세계 많은 소비자가 전시장에서 차를 고르고 계약을 마치면 수일 내 차를 인도받았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올해 초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이례적인 부품 수급난이 덮치면서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은 상당한 변화를 겪고 있다. 극심한 생산 차질이 빚어지면서 차를 구매하고 인도받기까지 기간이 점점 길어졌다. 국내에서도 인기차종의 경우 인도 대기 기간이 1년까지 늘어났다.
코로나 사태로 온라인 판매 채널이 확대된 데다, 생산 차질이 이어지자 업체들은 맞춤형 생산에 주목하고 있다. 부품 수급이 빠듯한 상황에서는 생산량이 줄어도 수요에 맞는 제품을 만들어 바로 판매하는 방식이 완성차 업체의 수익성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재고 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다. 실제로 반도체 공급난으로 전 세계 완성차 업체의 생산량은 크게 줄었지만, 포드를 비롯해 제너럴모터스, 폭스바겐, 현대차 등 대부분 업체의 수익성은 개선됐다.
그동안 맞춤형 방식이 도입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생산 기간이 길어지면 소비자가 경쟁사 모델로 이동하기 때문이었는데, 지금은 사실상 모든 모델의 대기 기간이 길어져 소비자들이 차량을 받기까지 오랜 대기 기간을 견디기 시작했다.
내연기관차보다 부품 수가 훨씬 적은 전기차 도입이 확대되면 맞춤형 생산 트렌드 역시 가속화될 전망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기존 생산라인을 전기차 전용으로 전환하면서 컨베이어 벨트 대신 개별 조립 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역시 싱가포르에 혁신센터를 짓고 있는데, 현대차가 공개한 계획에 따르면 이 공장에서는 전기차가 주문 후 생산 방식으로 만들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