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의 대표 미니밴 카니발의 인기가 식지 않고 있다. 지난달까지의 판매기록이 이미 지난해 전체 실적을 넘어섰으며 이런 판매 추세가 이어지면 역대 최고 기록도 뛰어넘을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높은 인지도와 상품성으로 미니밴 시장에서는 카니발의 적수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카니발도 반도체난의 영향으로 출고일이 늦어지고 있는 점이 변수다.

12일 기아(000270)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카니발은 총 6만4489대를 팔려 지난해 전체 판매실적인 6만4195대를 뛰어넘었다. 기아는 올해 카니발을 월평균 6449대를 팔았는데, 남은 두 달간 올해 평균 판매량만큼 판매한다면 7만7387대를 판매하게 된다. 이는 최근 5년 중 가장 많이 팔렸던 2018년 기록(7만6362대)을 넘는 것으로 1998년 카니발 판매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래픽=이은현

올해 초까지만해도 미니밴 시장은 치열한 대전이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현대자동차에서는 14년만의 스타렉스 후속 차량이자 새로운 다목적차량(MPV)인 스타리아를 새로 출시했고 북미에서 인기를 모은 혼다 오딧세이 신형, 도요타의 인기 미니밴 시에나의 4세대 완전변경모델 등이 국내에 들어왔다.

그러나 큰 기대를 모았던 스타리아는 전작인 스타렉스의 수요를 이전한 것에 그쳤고 도요타의 뉴 시에나와 혼다 오딧세이는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지난해 스타렉스는 월평균 3016대가 팔렸는데, 스타리아는 출고가 시작된 4월을 제외하면 월평균 3466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최근 두 달간의 판매량은 3000대에도 못 미쳤다. 뉴 시에나의 월평균 판매량은 200대 안팎에서 두 자릿수까지 떨어지기도 했으며 신형 오딧세이는 상반기에 200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카니발은 1998년 1월 출시된 기아의 장수차량이다. 봉고와 스포티지 다음으로 기아에서 가장 오래된 차량이기도 하다. 그동안 국내 시장에 없었던 미니밴이라는 장르를 처음 도입한 카니발은 세단이 대세였던 국내 시장에서 자리를 잡아왔다.

2014년까지 연간 4만대 선에 머물던 카니발 판매량은 2015년 3월 7인승의 3세대 연식변경모델이 출시되고, 안락한 VIP시트와 디젤 엔진, 아웃도어 특화모델 등 다양한 시도를 더한 결과 연평균 6만대로 뛰어올랐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4세대 카니발은 올해 8월까지 10만1060대가 판매되며 출시 1년 만에 국내 판매 10만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장수 차량이지만 끊임없이 상품성을 개선한 결과"라고 말했다.

기아 카니발 하이리무진 4인승 모델./기아

카니발은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인식이 나빠진 디젤 엔진을 가솔린 엔진과 함께 쓰고 있다. 카니발은 2010년 초반까지 디젤엔진 판매가 95%를 넘겼으며 최근까지도 디젤 카니발의 수요도 80% 이상이다. 디젤엔진은 가솔린엔진보다 토크가 높고 연비가 우수해 차체가 무거운 RV에서는 많이 쓰인다.

완성차 업계의 탈디젤 속도가 빨라지면서 카니발보다 아래 체급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쏘렌토와 스포티지 등은 발빠르게 하이브리드 엔진을 탑재했다. 기아 관계자는 "기아의 궁극적인 기조는 전동화이며 그때까지 카니발이 디젤을 유지할지, 혹은 전동화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새로운 모델을 내놓을지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