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장기화되면서 현대자동차가 올해 출시한 주력 친환경차들의 출고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매해 친환경차에 대한 보조금이나 세제혜택이 줄어드는 추세여서 소비자들의 고민이 깊다.
5일 현대차 생산계획표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들이 제네시스 GV60을 주문하면 12개월 이상 기다려야 한다. GV60은 현대차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제네시스의 첫 번째 전기차다. 현대차 아이오닉5도 이달 주문하면 출고까지 8개월가량 걸린다. 제네시스 G80 전동화모델은 4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하이브리드 차량도 수개월씩 기다려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싼타페 하이브리드는 세타3 엔진의 엔진컨트롤유닛(ECU) 소자 부족으로 지금 주문하면 8~9개월 이상 걸린다. 아반떼 하이브리드는 에어백 제어 장치(ACU) 및 전방 카메라 공급 부족으로 5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다만 쏘나타 하이브리드와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4~5주, 9~10주로 다른 차종들에 비해서는 빨리 나오는 편이다.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들의 경우 올해 계약을 했더라도 내년에 차를 인도받게 되면 내년 기준으로 보조금이나 세제 혜택을 받게된다. 친환경차에 대한 보조금과 세제 혜택은 매년 줄어드는 추세여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차를 늦게 받을수록 손해다.
내연기관 모델도 출고가 늦어지고 있다. 싼타페는 4~5개월, GV80 6~7개월, 스타리아 3~6개월, 포터는 5~9개월가량 걸린다. 현대차는 반도체 수급난이 내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다만 올해 4분기부터는 지난 1~3분기보다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4분기부터는 공장 특근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이번 주는 싼타페, 팰리세이드, 넥쏘 생산라인에서 특근을 실시할 방침이다.
지난 2일에는 울산공장이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에 특별연장근로 인가를 신청했다. 특별연장근로는 돌발 상황 수습이나 업무량 폭증 등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 근로자 동의와 고용노동부 장관 인가를 거쳐 주 52시간을 넘어 근로할 수 있게 한 제도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달까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지역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심각했으나 최근 코로나19 확산세 둔화 등으로 상황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며 "반도체 수급이 정상화되면 주문 적체와 협력사 경영난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