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부족 사태에 따른 자동차 판매량 급감세가 지난달에도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수급난이 내년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자동차 판매 부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기아·한국GM·르노삼성·쌍용차 등 국내 5개 자동차 업체가 1일 발표한 실적 자료에 따르면, 이들의 지난달 세계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22% 감소한 54만여대에 그쳤다. 내수 판매는 21%, 해외 판매는 22% 감소했다.

반도체 부족 사태가 국내 업체의 판매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은 올해 하반기부터인데, 갈수록 판매 감소폭이 커지면서 그 영향이 확대되고 있어 업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국내 5개 업체의 전체 판매량은 7월 처음 감소세로 돌아서 0.1% 줄었는데 8월에는 5.9%, 9월에는 10.6%, 10월에는 22.2%로 감소폭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

수출을 위해 평택항에 대기 중인 현대차·기아 자동차./조선일보 DB

현대차(005380)는 지난달 국내외 판매가 30만여대에 그쳐, 지난해보다 20%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국내 판매가 12% 줄었는데, 해외 판매 감소폭은 22%로 더 컸다. 현대차 측은 "이번 달에도 반도체 부품 수급 차질과 코로나 19 영향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기아(000270)는 판매량이 19% 줄었는데, 국내가 21%, 해외가 18% 각각 감소했다.

중견 자동차 업체 3곳의 판매 감소세는 훨씬 심각하다. 르노삼성의 경우, 지난해 닛산 '로그'의 위탁 생산이 중단되면서 수출 물량이 거의 없었던 특수한 상황 때문에 지난달에는 수출이 크게 늘어난 것 같은 통계 착시가 나타났다. 이를 제외하면 3개 업체의 국내외 판매는 크게 감소했다.

반도체 공급난으로 공장 가동률을 크게 낮춘 한국GM은 지난달 수출 물량이 5000대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10월 2만대 이상을 해외에 실어보낸 것을 고려하면 수출만 80% 넘게 줄어든 셈이다. 같은 기간 국내 판매는 7000여대에서 2000여대로 감소했다. 카를로스 미네르트 한국GM 영업·서비스·마케팅 부문 신임 부사장은 "차량용 반도체 칩 부족으로 인해 내수와 글로벌 시장 판매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쌍용차 역시 반도체 사태에 따른 생산 차질로 판매가 50% 넘게 줄었다. 쌍용차 측은 "반도체 부족 현상이 장기화 되면서 내수와 수출 포함 적체 물량만 1만2000대에 달한다"고 했다. 르노삼성의 국내 판매도 30% 위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