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현대차(005380) ‘아이오닉 5′를 인도받은 직장인 최모(38)씨는 구매 전 기본 2륜 구동 모델을 선택할지, 돈을 더 내고 4륜 구동 선택사양(옵션)을 추가할지 한참을 고민했다. 온라인 카페에서 주행성능이 더 좋은 4륜 옵션을 추천하는 의견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씨는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더 길고 일찍 차를 받을 수 있는 기본 2륜 모델을 구매했다.

그동안 스포츠유틸리티차(SUV)에 주로 들어가던 4륜구동 옵션이 세단에도 두루 적용되는 가운데, 전기차 구매자들이 4륜 옵션을 놓고 고민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특히 전기차는 2륜과 4륜 모델의 주행성능과 주행 가능거리, 전비 등이 크게 달라 내연기관차보다 고민이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6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의 아이오닉 5와 기아(000270)의 전기차 ‘EV6′는 출시 이후 지금까지 계약한 소비자들이 4륜 구동 옵션을 선택한 비중이 각각 28%, 35%였다. 두 모델 모두 2륜(후륜) 구동을 기본으로 하며, 전륜 모터를 추가한 4륜 구동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 4륜 구동 옵션을 추가하려면 모두 300만원을 더 내야 한다.

현대차 '아이오닉 5' 롱레인지 2륜·4륜 제원 비교./현대차 제공

2륜(전·후륜)과 4륜의 장단점은 극명하게 갈린다. 두 바퀴에 힘을 싣는 2륜과 달리 네 바퀴에 모두 힘을 싣는 4륜 구동 방식은 눈길이나 빙판길에서 미끄러짐을 크게 줄일 수 있고, 울퉁불퉁한 산길과 같은 험로를 진입하고 빠져나오는 데도 용이하다. 4륜 구동 시스템은 코너링에서도 특유의 안정적인 승차감을 준다. 대신 네 바퀴를 모두 굴려야 하기 때문에 중량이 늘어나 연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처음 차량을 구매하는 가격이 더 높을 뿐 아니라 유지비도 늘어난다는 의미다.

전기차의 4륜 구동은 내연기관차와는 조금 다르다. 내연기관차는 엔진의 힘을 두 바퀴에 실을지 아니면 네 바퀴에 실을지 결정하는 정도이지만, 전기차에서는 4륜 구동의 경우 모터가 추가로 장착된다.

이 때문에 전기차에서 2륜과 4륜 모델의 주행 성능과 주행 가능거리의 차이는 크다. 예를 들어 아이오닉 5 2륜 롱레이지 모델의 경우 모터 최고 출력이 160.0kW, 최대토크 350.0Nm의 주행성능을 내지만, 롱레인지 4륜 모델의 경우 최고 출력 225.0kW, 최대토크 605.0Nm의 힘을 낸다. 다만 두 개의 모터를 달다 보니 1회 충전에 따른 주행가능거리는 짧아지고 전비도 떨어진다. 2륜 모델은 401~429㎞를 주행할 수 있지만 4륜 모델은 주행거리가 370~390㎞로 줄어든다. 전비 역시 2륜은 kWh당 4.9~5.1㎞, 4륜은 4.5~4.7㎞다.

서울 성동구 'EV6 언플러그드 그라운드 성수'에 전시된 기아의 첫 전용 전기차 'EV6'./연합뉴스

EV6 역시, 2륜과 4륜 모델의 제원 차이가 크다. 롱레인지 2륜 모델의 경우 최고 출력은 168.0kW, 최대 토크는 350.0Nm이지만 롱레인지 4륜 모델의 최고 출력은 239.0kW, 최대 토크 605.0Nm의 힘을 낸다. 주행가능 거리는 2륜이 434~475㎞, 4륜이 403~441㎞이다.

2륜과 4륜 모델은 출고 대기 기간도 다르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부품 수가 더 적은 2륜 모델의 출고 기간이 4륜 모델보다 더 짧다. 국내차 업계 관계자는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거리가 모두 400㎞ 이상인 EV6의 경우 4륜 옵션을 추가하는 비중이 더 크다”며 “주행 가능거리가 더 길어지면 전기차의 경우 4륜 옵션을 선호하는 추세가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