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캐스퍼는 현대차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다. 2002년 아토스를 단종시킨 이후 19년 만에 출시한 경차다. 캐스퍼는 사전계약 첫날에만 1만8940대가 계약돼 현대차 내연기관차 중 역대 최다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귀여운 디자인으로 주요 타깃층인 젊은 세대의 이목을 끌고 있지만, 각종 옵션을 추가하면 가격이 훌쩍 올라가 '옵션 장사'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27일 경기도 용인 '캐스퍼 스튜디오'에서 열린 미디어 시승회에서 최고급 사양인 1.0 터보 인스퍼레이션 트림을 시승했다.
캐스퍼의 크기는 생각했던 것보다 작았다. 캐스퍼의 전장(차의 길이), 전폭(차의 폭), 전고(차의 높이)는 각각 3595㎜, 1595㎜, 1575㎜로 경쟁 차종인 기아(000270) 레이와 전장, 전폭은 같고 전고는 낮다. 레이의 전고는 1700㎜다. 전고가 낮아서 외관상 비례는 캐스퍼가 더 안정적으로 보인다.
차체는 작아보여도 차 안으로 들어서면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예상했던 것보다 알차다는 느낌이 들었다. 캐스퍼는 전 좌석을 완전히 접을 수 있는 풀 폴딩 기능이 있다. 하위 트림에서는 '컴포트' 옵션을 선택해야 전 좌석을 접을 수 있지만, 인스퍼레이션 트림에는 이 기능이 기본 탑재됐다. 운전석과 조수석이 완전히 접히는 기능은 캐스퍼가 세계 최초다.
다만 좌석을 다 접고 그 위에 앉으면 머리가 천장에 닿아 좌석을 한두개만 접고, 접은 좌석을 테이블처럼 쓰는 게 활용도가 높을 것 같다. 차박(차에서 숙박), 차크닉(차에서 피크닉) 등을 할 때 위에 두꺼운 매트를 깔기 때문에 좌석을 다 접고 앉기엔 좁다. 2열 좌석은 접은 상태로 최대 160㎜를 앞뒤로 움직일 수 있어 누워 있는 것은 무리가 없다.
앞 유리가 넓어 운전석에 앉으면 시야가 탁 트인다. 시트 높낮이 조절은 불가능하고 키 170㎝인 여성이 운전석에 앉았을 때 보통의 SUV처럼 아래로 내려다보는 느낌은 없다. 뒷좌석에 앉았을 뗀 무릎 공간이 10㎝가량 남았다. 키 180㎝의 남성의 경우 조수석에 앉았을 땐 큰 불편함은 없었으나 뒷좌석은 비좁았다.
센터페시아에는 8인치 디스플레이가 탑재됐다. 센터콘솔은 사라지고 기어노브가 대시보드 쪽으로 올라갔다. 이 역시 내부 공간을 보다 넓게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캐스퍼는 전륜구동 모델만 있고 1.0 가솔린 엔진이 기본으로 탑재됐다. 90여만원의 옵션을 추가하면 터보엔진을 적용할 수 있다. 시승한 모델에는 터보엔진이 탑재됐는데, 가속 성능은 다소 아쉬웠다. 언덕길을 올라갈 때는 힘이 부족했고 엑셀 페달을 꾹 밟아줘야 했다. 하지만 코너를 돌거나 속도를 높였을 땐 차체 흔들림이 생각보다 적었다. 1.0 터보 모델은 최고출력 100마력, 최대토크 17.5㎏·m의 성능을 낸다. 공인 연비는 리터당 12.8㎞다.
경쟁 모델인 기아 레이의 경우 터보 모델은 없다. 캐스퍼는 경차 특유의 노면 진동과 소음이 예상했던 것보다는 적었다. 전방 충돌방지 보조(차량·보행자·자전거 탑승자), 차로 이탈방지 보조(LKA), 차로 유지 보조(LFA), 운전자 주의 경고(DAW), 하이빔 보조(HBA), 전방차량 출발 알림 등이 기본으로 탑재됐다. 운전에 미숙한 사람들이 탄다면 주행 중 위험한 순간에 크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능들을 고루 탑재했다.
캐스퍼의 판매가격은 ▲스마트 1385만원 ▲모던 1590만원 ▲인스퍼레이션 1870만원이다. 시승한 모델은 인스퍼레이션 트림에 캐스퍼 액티브 II(터보 엔진과 터보 외장 패키지), 선루프, 스토리지 옵션이 포함된 2007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