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2002년 ‘아토즈’를 단종한 이후 19년 만에 내놓은 경차 ‘캐스퍼’가 사전 계약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국내 경차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는 기아 ‘레이’와 진검승부를 벌일 전망이다. 두 모델은 모두 차박(자동차와 숙박의 합성어)에 최적화된 모델이다. 레이가 1~2인 차박 열풍을 타고 판매량이 늘어난 가운데, 캐스퍼도 공개와 동시에 생산 목표를 훌쩍 뛰어넘는 사전 계약을 기록했다.
국내 경차 판매량은 2012년에 22만대로 정점을 찍은 뒤 해마다 줄어 지난해에는 10만대에도 미치지 못했다. 소비자의 큰 차 선호가 이어졌고, 경차 판매 차종도 기아 ‘모닝’과 레이, 한국GM의 쉐보레 ‘스파크’ 3종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올 들어 8월까지 레이 판매량이 2만365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9% 증가했지만, 전체 경차 판매량은 6만664대로 전년보다 7% 감소했다. 올해 1~8월 모닝과 스파크 판매량은 각각 17%, 25% 줄었다.
그런데 현대차가 캐스퍼를 출시하면서 국내 경차 시장에 활력이 도는 분위기다. 캐스퍼는 사전 계약 첫날(지난 14일) 현대차 내연기관차 중 역대 최다 기록(1만8940대)을 세웠고, 사전 계약 열흘 만에는 올해 생산 목표(1만2000대)의 두 배인 2만5000대가 사전 계약됐다.
캠핑용 차량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는 ‘레이’의 인기도 만만치 않다. 레이는 모닝을 제치고 올해 국내 경차 시장에서 1위에 올랐다. 특히 기아는 올해 처음 레이의 연식 변경 모델을 출시하면서 전방 충돌 방지, 차로 이탈 방지, 운전자 주의 경고 등 운전 보조장치를 확대 적용하고 디지털 계기판, 뒷좌석 추가 수납공간, 화물 고정용 그물망 등 소비자 선호가 높은 편의 사양을 기본 적용하는 등 경차 시장 잡기에 나섰다.
캐스퍼와 레이의 파워 트레인은 크게 다르지 않다. 레이의 998cc 가솔린 엔진은 최고 출력 76마력, 최대 토크 9.7㎏·m의 주행 성능을 낸다. 복합 연비는 리터당 13.0㎞다. 캐스퍼는 가솔린 1.0, 가솔린 1.0 터보 모델이 판매되는데, 1.0 모델은 레이와 같은 최고 출력 76마력, 최대 토크 9.7kgf·m의 힘을 낸다. 복합연비는 레이보다 높은 리터당 14.3㎞를 확보했다. 캐스퍼 가솔린 1.0 터보 모델은 최고 출력 100마력, 최대 토크 17.5kgf·m, 복합연비 12.8㎞의 성능을 갖췄다.
규격을 충족해야 하는 경차 특성 상 차 크기 역시 비슷하다. 레이와 캐스퍼의 차 길이, 폭은 각각 3595㎜, 1595㎜로 같다. 다만 레이의 높이가 1700㎜로 캐스퍼(1575㎜)보다 높고, 실내 공간을 결정하는 휠베이스(축거) 역시 레이가 2520㎜으로 캐스퍼(2400㎜)보다 길다.
레이의 판매 가격은 밴 모델이 1275만~1360만원, 일반 모델이 1355만~1580만원이다. 캐스퍼 가격은 기본 모델이 1385만~1870만원이고, 터보 모델은 1480만~196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