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005380)가 이달 29일 출시하는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캐스퍼가 사전계약 첫날에 계약 대수 1만8940대를 기록하며 올해 생산목표를 넘어섰다. 첫날 계약 대수로는 현대차의 내연기관 차 가운데 역대 최다기록이다.
캐스퍼는 현대차가 주문하고 광주글로벌모터스(GGM)가 수탁 생산하는 첫 차량이다. 생산 전반은 GGM에서 담당하지만 마케팅 및 홍보활동은 현대차가 맡는다. 캐스퍼는 온라인으로 차를 판매한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판매노조와의 조율이 쉽지 않아 인터넷 판매를 못하고 있다. GGM과 현대차는 경형 SUV라는 차의 특성상 사회초년생이나 젊은층이 관심을 가질 것으로 판단해 온라인 판매를 결정했다. 온라인 판매를 통해 비용도 아낄 수 있다.
현대차는 미국 최대 메타버스 플랫폼인 로블록스에 고객이 가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로블록스에 가입한 뒤 ‘현대 모빌리티 어드벤처’ 맵(게임)에 입장하면 현대차가 꾸며놓은 가상의 자동차 마을을 살펴볼 수 있다. 입장과 동시에 개인 차고와 개인 자동차가 기본으로 주어지는데, 현대차가 주력으로 팔고 있는 수소차 넥쏘가 기본 차량으로 공급된다. 개인 차고에서는 주어진 넥쏘를 도색부터 휠 디자인까지 다양하게 꾸밀 수 있게 돼있다.
현대차는 가상세계에 캐스퍼 테마파크도 구축했다. 맵에 들어가면 우측 배너에 ‘CASPER(캐스퍼)’라고 적힌 이벤트 아이콘이 뜬다. 캐스퍼를 홍보하기 위해 이벤트 기간에 특정 미션을 수행하면 캐스퍼 기본모델과 고급형인 캐스퍼 액티브를 모든 사용자에 제공한다. 미션은 캐스퍼 시승센터를 찾아가 주어진 코스를 한 바퀴 도는 것이다.
캐스퍼 테마파크는 현실의 ‘현대 모터스튜디오’와 유사하게 꾸며져 있었다. 이곳에서는 캐스퍼에 대한 설명과 제원, 디자인철학 등을 NPC(Non-Player Character·유저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실제 유저가 아닌 게임 도우미)에게 듣고 외형과 색깔, 내부 디테일한 부분까지 직접 살펴볼 수 있다.
3D 가상현실을 통해 사진보다는 좀 더 적극적으로 차를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캐스퍼와 캐스퍼 액티브의 디자인 차이도 꽤 상세하게 구현했다. NPC는 “보다 활동적인 고객들에게는 캐스퍼 액티브를 제안한다”며 출력과 토크 차이까지 상세하게 설명했다.
차량에 앉으면 각 좌석에서의 시야를 확인할 수 있다. 캐스퍼의 스터이링 휠(운전대)에는 현대마크가 없다. 현대차 관계자는 “아이오닉5에서 처음 했던 시도로, 과감하게 엠블럼을 빼고 캐스퍼만의 특장점을 담은 요소들을 강조하기 위해 이같이 디자인했다”라고 말했다.
캐스퍼는 네 좌석이 180도로 모두 접히는 ‘풀 폴딩(full-folding)’ 시트로 돼 있다. 기존 2열만 접히던 차량들과 달리 캐스퍼는 1, 2열 좌석을 모두 접거나 눕힐 수 있고, 앞뒤로 움직일 수 있다. 이같은 특징을 반영해 현대차는 캐스퍼 테마파크에 사용자가 즐길 수 있는 미니게임으로 ‘캐스퍼에 최대한 많은 짐 넣기’ 등의 게임을 만들어뒀다.
가상공간에는 시승센터도 있다. 캐스퍼를 실제로 타보는 느낌을 주기 위해 좌우 깜빡이, 브레이크, 주행 소음 등이 구현된다. 현대차는 미래 비전을 담은 ‘퓨처 모빌리티 시티’도 만들어 놨다. 이곳은 현대차가 그리는 미래도시의 모습을 가상현실에 구현해놓은 장소다. 집집마다 전기차 완속충전기로 보이는 충전기들이 구비돼 있고 곳곳에는 수소 충전소와 현대차의 급속 충전소인 E-pit(이피트)가 있다.
현대 모빌리티 어드벤처 맵 안에는 다른 차종들을 살펴보거나 구입할 수 있는 현대차 매장도 존재한다. 투싼과 그랜저, 쏘나타 등 현실에서 익숙하게 볼 수 있는 모델들이 매장 내에 구비돼있다. 이들은 모두 게임 내 재화인 H-코인으로 구매할 수 있다.
현대차는 오는 30일까지 현대차 직원들을 대상으로 미니게임 아이디어를 받고 있다. 오픈베타 상태인 현대 모빌리티 어드벤처 맵을 10월에 정식으로 오픈한 뒤 연내에는 레이싱 파크를 추가할 예정이다. 토마스 쉬미에라 현대자동차 고객경험본부장(부사장)은 “차세대 고객경험 플랫폼 ‘현대 모빌리티 어드벤처’를 활용해 MZ세대 고객들에게 보다 친근하고 혁신적인 콘텐츠를 제공하겠다”며 “향후에도 신차 출시와 미래 모빌리티 소개 등 다양한 활동들을 메타버스 플랫폼과 연계해서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