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일산 킨텍스 수소모빌리티쇼 전시장. 현대자동차는 이날 고성능 수소전기 콘셉트카 ‘비전 FK’를 선보였다. 비전 FK는 프로토타입(상품화에 앞서 성능을 검증·개선하기 위해 핵심 기능만 넣어 제작한 기본 모델) 형태여서 전반적인 윤곽만 알 수 있었는데, 넓고 낮은 차체에 지붕이 뒤로 갈수록 낮아지는 쿠페 형태를 갖췄다. 이차를 본 관람객들은 “기아 스팅어 닮았다”는 평을 내놨다. 스팅어 역시 쿠페 스타일의 스포츠 세단이다.
비전 FK는 쿠페형 차량의 정석이라고 할 수 있는 2도어 형태였다. 가로로 얇고 긴 헤드램프와 함께 범퍼 양옆으로 거대한 에어커튼이 자리해 날렵하고 스포티한 이미지를 강조했다. 휠 하우스도 볼륨감 있게 처리해 역동적인 느낌을 준다.
현대차는 비전 FK 개발을 크로아티아의 고성능 전기차 업체 리막과 협업한다고 밝혔다. 현대차와 기아(000270)는 지난 2019년 8000만 유로(약 1100억원)를 리막에 투자한 바 있다. 리막은 고성능 전기 스포츠카 및 전동형 시스템과 관련해 독보적인 실력을 갖춘 회사로 평가받는다. 작년에 열린 베이징 모터쇼에서는 함께 개발한 고성능 전기차 ‘RM20e’를 선보이기도 했다. 비전 FK와 관련해선 고성능 PE 시스템(Power Electric System)을 개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전 FK는 최대 출력이 500kW 이상,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하는 시간은 4초 미만이 될 전망이다. 1회 충전 시 주행가능 거리는 600㎞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 사장은 지난 7일 수소전략을 밝힌 ‘하이드로젠 웨이브’ 행사에서 “현대차의 고성능 브랜드인 ‘N’이 다수의 국제 모터스포츠 경주에서 우승하며 기술적 역량을 입증한 것처럼 비전 FK도 모터스포츠 경주에 참가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일산 킨텍스에 4872㎡ 규모의 전시장을 마련해 비전 FK와 더불어 장거리 물류를 위한 무인 운송 콘셉트 모빌리티 ‘트레일러 드론’, 재난 현장에 투입할 ‘레스큐 드론’, 이동형 수소충전소 ‘H 무빙 스테이션’ 등을 선보였다. 유럽 지역에 수출한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과 이를 기반으로 개발 중인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랙터’, 배달용 수소모빌리티 ‘엠비전(M.vision) 2GO’, 배터리와 수소연료전지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가동하는 수소전기트램도 전시됐다. 어린이들이 직접 운행할 수 있는 전동 미니카 ‘키즈 넥쏘’도 공개했다.
현대차그룹이 구상하고 있는 미래 수소 모빌리티를 일반에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그룹은 하이드로젠 웨이브 행사에서 2040년을 수소에너지 대중화의 원년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2028년까지 모든 상용차 라인업에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적용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