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040년을 수소에너지 대중화의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수소비전 2040'을 밝혔다. 2028년까지 모든 상용차 라인업에 수소연료전지를 적용하고, 출력과 내구성을 높인 차세대 연료전지시스템을 개발해 수소사회 실현을 앞당긴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수소연료전지 기반의 PBV(목적기반 모빌리티), 장거리 운송을 위한 '트레일러 드론' 등을 통해 배출가스 저감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현대자동차 제공

◇ 정 회장 "누구나, 모든 것에, 어디에서나 수소 사용"

정 회장은 7일 현대차그룹의 수소 관련 첫 행사인 '하이드로젠 웨이브(Hydrogen Wave)'에서 "현대차그룹이 꿈꾸는 미래 수소사회 비전은 수소에너지를 '누구나, 모든 것에, 어디에서나(Everyone, Everything, Everywhere)' 쓰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드로젠 웨이브라는 행사명에는 에너지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수소사회를 조기 실현할 수 있도록 큰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정 회장은 대형 트럭, 버스 등 모든 상용차 신모델을 수소전기차 또는 전기차로만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상용차의 전면적인 친환경차 전환 계획 발표는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 중 처음이다. 그는 "2028년까지 모든 상용차 라인업에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적용할 것"이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가격과 부피는 낮추고 내구성과 출력을 크게 올린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상용차는 승용차보다 통상적으로 평균 운행거리와 운행시간이 긴 만큼 차량당 배출하는 탄소량도 많다. 상용차에 연료전지를 선제적으로 탑재하면 배출가스를 대폭 줄이고 환경보호에 기여할 수 있을 전망이다. 정 회장은 "수소연료전지를 자동차 이외의 모빌리티 및 에너지 솔루션 분야에도 적용하는 등 미래 비즈니스 영역을 지속해서 확장하겠다"며 "트램, 기차, 선박,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다양한 이동수단뿐 아니라 주택, 빌딩, 공장, 발전소 등 일상과 산업 전반에 연료전지를 적용해 전 세계적인 수소사회 실현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기술 혁신에 따른 '수소 혁명'이 인류의 삶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확신하고, 전 세계가 수소사회 진입에 더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앞으로 주도적인 역할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수소는 인류가 환경재앙을 극복하는 데 있어 강력한 솔루션 중 하나"라며 "일부 국가나 기업의 노력만으로 우리가 바라는 수소사회로 빠르게 전환하기는 쉽지 않다. 각국 정부와 기업들의 많은 동참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현대차그룹은 책임감 있는 글로벌 기업시민으로서 인류의 미래를 위해 수소사회를 앞당길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트레일러 드론./현대자동차 제공

◇ 트레일러 드론, 레스큐 드론 최초 공개

이날 하이드로젠 웨이브 발표행사에서는 미래 장거리 물류를 위한 현대차그룹의 무인 운송 시스템 '트레일러 드론'도 최초로 공개됐다. 트레일러 드론은 수소연료전지 및 완전 자율주행기술이 적용된 2대의 'e-보기(Bogie)' 위에 트레일러가 얹혀져 있는 새로운 개념의 운송 모빌리티다. 보기(Bogie)는 열차 하단의 바퀴가 달린 차대를 뜻하며, 일반 트레일러보다 좁은 반경으로 회전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트레일러 드론이 1회 충전으로 1000㎞ 이상을 주행할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으며 e-보기는 콘테이너 트레일러와 별도로 운행할 경우 화물운송, 건설, 소방, 구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다.

이날 현대차그룹은 '레스큐 드론'도 공개했다. 수소연료전지 e-보기에 비행 드론과 소방용 방수총이 결합된 것으로, 드론을 띄워 재난현장을 촬영하면서 방수총을 가동해 화재를 진압하고 인명을 구조한다. 원격주행과 자율주행이 모두 가능하고, 제자리에서 돌거나 대각선으로 움직이는 크랩워크를 구현할 예정이며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는 450~500㎞ 정도다.

차세대 수소연료전지 시스템/현대자동차 제공

◇ 2023년 3세대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출시

현대차그룹은 2023년에 내놓을 3세대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의 시제품인 100㎾급과 200㎾급 연료전지시스템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100㎾급 연료전지시스템은은 넥쏘에 적용된 2세대 연료전지시스템에 비해 부피를 30% 줄였다. 상용차용으로 개발 중인 200㎾급 연료전지시스템은 넥쏘의 시스템과 비교해 크기는 비슷하지만, 출력은 2배 정도 강하다. 내구성 역시 2~3배 높다. 향후 상용차용 고내구형 연료전지시스템은 50만㎞ 이상 주행거리를 확보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이 개발 중인 3세대 연료전지시스템의 가격은 지금보다 50% 이상 낮출 계획인데, 2030년쯤에는 가격을 더욱 낮춰 수소전기차가 일반 전기차 수준의 가격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3세대 연료전지시스템은 다양한 형태로도 응용이 가능하다. '파워 유닛 모듈'은 ㎿(메가와트)급 발전을 위해 추진 중인 시스템이다. 100㎾ 연료전지시스템을 여러 개 연결해 500㎾, 1㎿ 등 다양한 출력을 제공할 수 있으며, 전력 소모량이 큰 대형 선박, 기차, 건물 등에 공급된다.

이 시스템이 적용될 '플랫형 연료전지시스템'은 두께가 25㎝ 정도에 불과해 평평하고 높이가 낮은 공간에 유용하게 쓰일 예정이다. 차량 상부나 하부에 시스템을 설치할 수 있어 실내 공간 확보에 유리하며 향후 PBV(목적기반 모빌리티), MPV(다목적 차량), 버스, 트램, 소형 선박 등에 폭넓게 적용될 수 있다.

플랫형 시스템/현대자동차 제공

◇ 수소연료전지 기반 PBV 개발

현대차그룹은 2030년 전 세계 7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소형 상용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전장 5~7m 수준의 수소연료전지 PBV(목적기반 모빌리티)를 개발하고, 향후 상용차 부문에 자율주행과 로보틱스까지 결합해 사업 역량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수소연료전지가 탑재된 모빌리티가 한국의 대중교통과 물류 시스템에 선제적으로 투입되면 한국의 친환경 모빌리티 생태계는 다른 국가들에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현대차그룹은 전했다. 이를 통해 2030년 내수 상용차 시장에서만 연간 20만톤 이상의 수소 수요가 창출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1998년부터 수소연료전지 개발 조직을 신설하고 관련 기술 개발에 매진해왔다. 2013년에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의 본격적인 양산 체제를 갖추고 투싼 FCEV를 선보였으며, 2018년에는 수소전기차 넥쏘를 출시했다. 작년 7월에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수소전기 대형트럭 양산체제를 구축하고 유럽으로 수출을 시작했다.

수소 경제 관련 글로벌 최고경영자(CEO) 협의체인 수소위원회에 따르면 2050년에는 전세계 에너지 소비량의 18%를 수소에너지가 차지하고 시장 규모는 2조5000억 달러(약 2750조원), 연간 이산화탄소 감축효과는 60억톤 이상일 것으로 추산된다. 고용창출 효과는 3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