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내 아우 격인 기아(000270)가 세단과 레저용차량(RV) 시장에서 현대차(005380)의 판매량을 뛰어넘었다. 현대차가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에 역량을 집중하는 사이, 기아가 브랜드 혁신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사명을 기아로 바꾸고 새로운 로고를 공개한 기아는 전동화 전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한편 디자인과 비즈니스 모델 등 모든 분야에서 혁신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었다.

현대차그룹이 최근 발표한 지난 8월 국내 판매 실적에 따르면 현대차는 5만1034대, 기아는 4만1003대를 판매했다. 전체 판매는 현대차가 1만대 정도 더 많았지만, 현대차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와 상용차 판매 실적을 제외하면 기아의 판매가 더 많았다. 세단의 경우 현대차가 1만2840대 판매하는 사이 기아는 1만3838대를 팔았다. RV 역시 현대차 판매량은 1만6894대였는데, 기아는 2만3355대로 더 많았다.

기아 신형 스포티지 gif

특히 RV 시장에서는 기아가 질주하는 모습이다. 올해 1~8월 누적으로 보면 세단의 경우 현대차 판매가 15만대를 넘어 아직 기아보다 많지만, RV의 경우 기아 판매가 17만대를 넘어 14만대 수준인 현대차를 앞질렀다. 상용차로 분류되는 현대 '스타렉스'·'스타리아' 판매량을 합쳐도 기아 RV 판매 실적에 미치지 못한다.

'만년 아우'였던 기아는 현대차가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에 역량을 집중하는 사이 내실을 다졌다. 라인업만 봐도 기아의 선택지가 더 많다. 기아의 승용 라인업은 경차 모닝, 레이부터 소형 K3, 중형 K5, 준대형 K8, 대형 K9에 더해 스포츠 모델 스팅어 등 7개 모델에 이른다. RV 역시 소형~대형 SUV 라인업이 셀토스, 니로, 스포티지, 쏘렌토, 모하비로 이어지고 미니밴 카니발도 있다.

반면 현대차의 승용은 사실상 단종된 아이오닉이나 i30을 제외하면 소형 아반떼, 중형 쏘나타, 준대형 그랜저와 스포츠 모델 벨로스터 등 4개뿐이다. SUV는 베뉴, 코나, 투싼, 싼타페, 팰리세이드로 풀라인업을 구축하고 있지만, 카니발과 경쟁할 수 있는 미니밴 모델은 없다.

기아 쏘렌토의 연식 변경 모델 '더 2022 쏘렌토'./기아 제공

대신 현대차는 제네시스에 연구개발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제네시스의 첫 SUV 모델 'GV80'을 출시한 데 이어 같은 해 'GV70'을 내놓았고, 올해는 첫 전기차 'G80e'를 공개했다. 곧 전기 SUV 'GV60'도 출시할 예정이다.

현대차가 제네시스를 키우는 사이 기아의 브랜드 혁신은 자동차 시장에서 상당한 돌풍을 일으켰다. 기아가 지난 7월 출시한 중형 SUV 스포티지는 사전예약 첫날에만 1만6078대가 계약돼, 현대차의 동급 모델 투싼이 지난해 출시 당시 세웠던 최고 기록(1만842대)을 넘었다. 투싼과 스포티지 모두 완전 변경(풀체인지) 모델인 데다 플랫폼을 공유하기 때문에 파워트레인은 동일하고 가격도 비슷하지만, 스포티지 디자인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다.

앞서 출시된 기아의 쏘렌토와 셀토스 역시 현대차의 싼타페와 코나 판매를 앞질렀다. 올해 1~8월 쏘렌토가 5만대 이상 판매되는 사이 싼타페는 3만대 팔렸고, 셀토스는 3만대 판매를 앞두고 있지만 코나 판매는 아직 1만대를 넘지 못했다.

기아 K8 gif

세단 시장에서도 기아의 선전이 이어지고 있다. 쏘나타 디자인에 대한 혹평이 이어지는 사이 K5 판매가 쏘나타를 앞질렀고, 기존 K7을 업그레이드해 새로 내놓은 K8은 3만대 이상 판매됐다.

현대차와 기아의 대결은 지속될 전망이다. 내년 현대차가 그랜저·싼타페 풀체인지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고, 쏘나타와 팰리세이드 부분 변경(페이스 리프트)도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