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의 물류 계열사 현대글로비스(086280)가 직원의 승진 개념을 없애고 기존 매니저·책임매니저로 나누던 직위를 ‘프로젝트매니저(PM)로 통합하기로 했다. 호칭은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를 정해 ‘워크네임’으로 부르게 된다. 새로운 직급제도는 논의 과정을 거쳐 이르면 연내 시행될 전망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 인사팀은 최근 직원들을 대상으로 이러한 내용을 담은 직급제 개편과 연봉인상 및 성과금 지급안, 복리후생 개선안을 발표했다. 조직문화 개편에 대한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하지만, 구체적인 개편안이 포함된 만큼 조만간 도입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조직 문화 개편에 대한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며 “추후 세부 내용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브레머하펜항에 기항 중인 현대글로비스 선박 모습./조선비즈 DB

현대글로비스가 마련한 이번 조직문화 개편안의 핵심은 기존 매니저(G1~G3) 책임매니저(G4~G5)로 나뉘던 직위를 폐지하고 승진 개념을 없애는 것이다. G1~G5는 단순히 연봉을 결정하는 직급으로 두고, 모든 직위는 PM으로 통합한다. 현재 G1에서 G2로, G2에서 G3로 바뀔 때는 같은 매니저에서 직급만 오르기 때문에 승급으로 표현하고 G3에서 G4가 되면 책임매니저로 ‘승진’하는 구조인데, 이를 없애고 앞으로는 G1에서 G5로 승급만 하게 되는 것이다.

직원은 물론 임원도 호칭은 영어이름을 정해 사용하게 된다. 현대글로비스 측은 “업무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승급 제도만 운영하는 것”이라며 “유연한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한 시도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글로비스는 또 유연한 근무 체계를 구축하고 사내 복지를 강화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자율·책임 기반에 자기주도적 근무 형태를 운용하면서, 근속연수에 대한 포상 개념으로 최대 한 달간 근무지와 상관없이 재택근무하도록 하는 프로그램도 도입한다. 휴가는 연중 직원이 원하는 시기에 사용할 수 있고, 휴가비로 50만원을 지급한다. 이달부터 현대차(005380)·기아(000270) 차를 첫차로 구매할 때 20% 할인 혜택을 주고, 경조휴가를 확대하는 한편 경조금 지원과 생활안정지원금도 확대한다.

이번 설명회에는 임금 인상 결정도 나왔다. G1~G2 직급 임금은 6.5%, G3~G5 직급은 3.1% 인상된다. 올해 9월과 12월 지급될 성과금에 대한 공지도 포함됐다.

현대글로비스를 포함한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9년 사원·대리·과장·부장 등으로 이어지는 연공서열주의 직급을 G1~G5로 나눠 수평적으로 단순화하는 새로운 직급제도를 도입했다. 그런데 2년 만에 현대글로비스가 다시 직급제도를 개편하고 나서면서 현대차그룹 전체의 인사 제도에도 변화가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현대차 측은 이와 관련해 “계열사마다 인사 제도가 다르게 운영된다”며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등 다른 계열사에서 인사 제도를 개편하는 방안은 검토된 바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대차·기아의 직급은 현대글로비스와 달리 G1~G4로 운영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대기업 중에서 상명하복 문화와 위계질서가 강한 기업 문화를 갖고 있었는데, 정의선 회장이 “현대차를 IT 기업보다 더 IT 기업다운 회사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힌 이후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