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이 2014년부터 기억력 감퇴를 보여, 지금은 재판을 받는 사실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발언이 나왔다.
민정기 전 청와대 공보비서관은 30일 광주지법에서 열린 전씨의 사자명예훼손 혐의 항소심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전씨가 7년 전인 2014년부터 기억력 감퇴 증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민씨는 “2014년 무렵 전 대통령이 이미 알츠하이머 증세를 보이고 있었느냐”는 전씨 변호인의 질문에 “자꾸 했던 말을 되풀이했다. 나이 탓일 것으로 생각했다. 깜빡깜빡했지만 중국에도 두 번 가고 활동하는 데 지장이 없었다”고 했다.
변호인이 ‘언제부터인가 기억이 잘 나지 않아 회고록을 출간하게 됐다’는 회고록 속 문구를 언급하면서 알츠하이머에 관해 묻자 “가까운 일을 잘 기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민씨는 “예를 들면 몇십 년 전 배운 바둑 실력은 그대로인데 5분 전 나와 바둑을 둔 것은 기억하지 못한다”며 “같은 장소에서 바둑 두며 차도 마셨는데 저더러 ‘혹시 바둑 둘 줄 아나?’라고 물어보셨다”고 덧붙였다.
민씨에 따르면 전씨는 지난해와 올해 형사 재판 피고인 신분으로 광주에 올 때도 차 안에서 수십번 어디 가느냐고 묻는다고 했다. 그는 “불과 몇 분 전 말씀 드렸을 때 다 알아들으셨는데 또 ‘광주 가느냐. 이 재판이 뭐냐’고 묻는다. 오래전 기억도 사라지고 있지만 최근 기억은 저장 자체가 안 되는 상태”라고 말했다.
민씨는 전씨가 최근 대학병원에서 퇴원한 뒤 사저로 돌아왔을 때도 “입원했다가 퇴원한 사실을 모르고 줄곧 사저에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2017년 4월 회고록 출판 당시 기억력 등이 온전하지 않아 회고록 내용에도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2005년부터 전씨 가족과 비서관들이 조금씩 구술 녹취록을 만들어 2014년쯤 어느 정도 완성된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전씨는 지난 13일 입원해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성 골수종 진단을 받고 지난 25일 퇴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