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반도체 공장들이 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으로 멈춰서면서 자동차 업체들이 잇따라 감산 계획을 밝히고 있다. 동남아시아에는 독일 인피니온, 스위스 ST마이크로 등 차량용 반도체 기업들의 생산기지가 모여 있다. 도요타·포드·GM 등이 감산 계획을 밝힌데 이어, 현대자동차도 제네시스 등에 탑재되는 세타 엔진용 전자제어장치(ECU) 공급이 부족해져 생산량 조정에 나섰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번주 울산 2공장과 5공장 조립 라인을 30분 가동 뒤 30분 중단하는 식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되도록이면 공장을 완전히 멈추지는 않되 빈 컨베이어 벨트를 돌리는 운영 빈도를 늘리고 특근을 조정하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울산 2공장과 5공장에서 생산되는 제네시스와 싼타페, 투싼 등 2000여대 정도의 생산 차질이 예상된다. 특히 5공장의 경우에는 이번주 특근도 없다. 반도체 공급 부족이 장기화되면 최악의 경우 휴업에 들어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ECU 공급 일정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어서 실제로 조립 라인을 가동하는 시간이 더 적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해외 공장도 생산 라인 가동 시간을 줄이거나 중단하고 있다. 미국 앨라배마 공장은 지난 17일부터 19일 3일간 기존 3교대에서 1교대 근무만 시행했다. 브라질 상파울루 공장은 기존 3교대를 2교대, 1교대로 전환해오다 지난달에는 열흘간 생산을 중단하기도 했다.
반도체 수급 문제로 현대차 뿐 아니라 도요타·포드·GM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잇따라 생산 감축 계획을 밝히고 있다. 올해 상반기 비교적 안정적으로 생산을 이어왔던 일본 도요타도 오는 9월에는 기존 목표(90만대) 대비 생산량을 40%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도요타는 코로나19 이전에도 반도체 재고 비축량을 최대 4개월분까지 늘리는 등 각종 변수에 대비해왔던 회사이기 때문에, 다른 자동차 업체들의 경우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포드 자동차도 이번주부터 일주일 동안 F-150 픽업 트럭의 조립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GM은 북미 전역의 생산 라인에 대해 가동시간 축소 방침을 연장하기로 해, 캐딜락 XT5·GMC 아카디아 등의 생산이 일시 중단된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해 말까지 전 세계 완성차 누적 감산량이 630만~710만대에 이를 것"이라며 "올해 3분기에만 최대 210만대의 차량 생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 보고서에는 도요타가 발표한 9월 차량생산 40% 감축 조치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도요타의 차량 생산 감소분까지 더해질 경우 자동차 공급 차질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