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도쿄올림픽 여자 골프 대회에서 동메달을 딴 골프 선수 리디아 고(24)가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아들 준(26)씨와 교제 중이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두 사람은 양가 부모님과 지인들에게 알려질 정도로 진지한 만남을 이어오고 있다. 결혼에 대해서는 양측 모두 말을 아끼고 있지만, 양가 부모님과 집안에서 두 사람의 교제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서울에서 태어나 여섯 살이던 2003년에 뉴질랜드로 이민을 간 리디아 고(한국 이름 고보경)는 테니스 선수 출신인 아버지 고길홍씨의 권유로 다섯 살 때부터 골프를 시작했다. 그는 일찌감치 천재성을 보였다. 고씨 가족이 뉴질랜드로 이민을 간 이유 중 하나도 골프 환경이 좋은 곳에서 딸을 키워보자는 생각이었을 정도다.
뉴질랜드 주니어 무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리디아 고는 15세에 투어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우고 17세에 세계 랭킹 1위에 오르면서 ‘골프 천재 소녀’로 이름을 날렸다. 이후에도 각종 대회를 휩쓸면서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여자 골퍼로 성장했다. 2016 리우 올림픽 대회에서 은메달을 땄고, 이번 도쿄 대회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현재 여자 골프 세계 랭킹 5위다.
리디아 고는 골프 실력 뿐 아니라 특유의 유머 덕분에 여러 국적 선수들과 두터운 인간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 일과를 골프 연습에 전부 쏟아붓다시피 하는 한국 선수들과 달리 자유로운 뉴질랜드 환경에서 학교 수업과 골프 연습을 병행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즐길 수 있는 선수로 성장했다는 평가다. 뉴질랜드에서 교육을 받았지만 한국말을 잘하고 한국 문화에도 관심이 많다. 제주 출신인 부모 및 친척들과도 소통이 많다고 한다.
정준씨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명문 클레어몬트 맥케나 칼리지에서 철학과 데이터사이언스 분야를 공부하고 있다. 그는 본인이 공부하고 있는 분야를 사용자경험(UX)에 적용하는 데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적인 UX 컨설팅 에이전시 닐슨노만그룹에서 인터랙션디자인 자격을 땄고, 현대카드에서 2018년 10월 결제솔루션 관련 UX 담당 인턴으로 일했다. 현대차그룹의 광고 계열사 이노션 미국법인에서는 MZ세대가 자동차를 구매할 때 무엇을 고려하는지 살펴보는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현대차그룹의 금융 계열사 현대카드·현대캐피탈·현대커머셜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정태영 부회장은 고(故) 정경진 종로학원 설립자의 아들이자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딸 정명이 현대카드 사장의 남편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는 처남·매형 사이다. 1960년생으로 서울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받았다.
정태영 부회장은 최근 “20년 동안 끊었던 골프를 지난해부터 다시 시작해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골프는 효율적인 운동이 아니라는 냉소적인 글도 여러번 올렸지만, 작년부터 코로나로 갈 곳이 없어지고 노년에는 왕따를 당할 것 같은 불안감에 골프를 다시 시작했다”고 썼다.
또 현대카드는 카드사로는 처음 자체 골프 관련 시설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현대카드는 지난 6월 30일 서울 강남에 ‘아이언앤드우드’를 오픈했다. 이곳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체계적인 골프 훈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현대카드 프리미엄 회원 전용 공간이다. 정태영 부회장은 페이스북에 “현대카드가 골프 연습의 완성체를 만들었다”며 “골프계에서는 보지 못했던 쾌적한 시설에 프로수준의 피팅, 레이저 가이드를 이용한 퍼팅 연습이 가능하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