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업계가 최근 소비 트렌드를 이끄는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맞춤형 마케팅에 나서면서 틀에 박힌 듯한 자동차 마케팅이 달라지고 있다. MZ세대는 1980년대 초에서 2000년대 초반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이다.
과거 자동차 광고는 고급스러운 느낌과 웅장한 분위기 등이 주를 이뤘다. 장동건, 이병헌 등 유명 배우들을 차 모델로 썼던 이유다. 하지만 자동차가 필수소비재로 자리잡으면서 광고 모델의 연령대도 점점 어려지고 분위기도 훨씬 밝아졌다. MZ세대를 노리는 자동차 업계는 최근 광고에서 사람을 아예 빼버리기도 한다. 디지털 기기를 다루는 데 익숙하고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요소에 재미를 느끼는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가상현실에서 광고를 진행하고 차를 보러 온 전시장 방문객들에게도 물티슈, 생수 대신 마사지볼을 건네고 있다.
쉐보레는 브랜드 첫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볼트 EUV 출시를 앞두고 광고 모델부터 론칭 이벤트까지 마케팅 차별화에 나섰다. 광고 모델은 최근 광고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가상인간 '로지'가 맡았다. 로지는 지난해 8월 싸이더스스튜디오엑스에서 만든 가상인간으로 나이는 영원히 22세이며 외모는 Z세대가 선호하는 조합으로 만들어졌다. 로지는 다른 자동차 브랜드에서도 수많은 러브콜을 받았으나 '환경을 사랑하는 20대'라는 성격으로 쉐보레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볼트 EUV의 론칭 행사는 대형 팝업스토어 등 오프라인이 아닌 네이버 쇼핑라이브를 통해 진행한다. 네이버 쇼핑라이브는 네이버에서 진행 중인 방송 쇼핑 플랫폼(라이브커머스)으로 판매자들이 생방송을 통해 상품을 소개하고 실시간 채팅으로 상품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며 판매한다. 쉐보레 관계자는 "뉴노멀 시대에 걸맞게 정보 습득부터 구매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쇼핑 경험을 제공하고자 했다"라고 말했다.
현대차(005380) 쏘나타는 지난 6월 3차원 가상세계인 메타버스를 통해 시승 행사를 열었다. 메타버스는 가상, 초월을 뜻하는 메타(Meta)와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가상과 현실이 상호작용하는 혼합현실을 말한다. 메타버스 플랫폼 네이버제트의 '제페토'에서 차량을 구현해 제페토 이용자들이 도로맵에서 마음껏 쏘나타 N라인을 이용하고 취향대로 차량을 꾸밀 수 있도록 했다.
특별한 굿즈(기획상품)도 화제다. 독일 완성차 업체 BMW의 소형차 브랜드 미니(MINI) 코리아는 연식변경 '뉴 미니 패밀리'를 선보이며 스타벅스커피 코리아와 손잡고 굿즈를 기획했다. 자동차 피규어 열쇠고리와 텀블러 등으로 구성된 이 기획상품은 출시 직후 인기를 끌면서 중고시장에서도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가성비 좋은 수입차' 이미지를 어필 중인 폭스바겐은 지난 2일 자사의 베스트셀링 SUV 신형 티구안 광고를 론칭하며 한정판 이모티콘을 제작해 증정했다. 이모티콘을 받기 위해서는 퀴즈를 맞혀야 하는데, 1분 내의 짧은 광고 영상을 보면 누구나 맞출 수 있어 자연스럽게 광고 시청률을 높이게 된다. 티구안은 이번 광고를 통해 업그레이드된 완성도와 상품성을 강조하고 있다.
물티슈, 캘린더 등을 증정하던 전시장 내방객 기념품도 달라졌다. 현대차는 전시장을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요가 브랜드 안다르의 마사지볼을, 르노삼성차 XM3는 MZ세대에게 인기가 많은 스트리트 의류 브랜드 커버낫의 로고와 캐릭터가 들어간 티셔츠와 에코백 세트를 전시장 방문객에게 제공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과거 자동차들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강조했다면 점점 실용성과 활용도를 보여주는 마케팅을 하고 있다"며 "소비 시장에서 MZ세대가 부상하고 있는 만큼 이들을 사로잡는 게 미래 자동차 마케팅의 큰 방향성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