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카 시장에서도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열풍이 거세지고 있다. 포르셰와 람보르기니, 애스턴마틴 등 과거 스포츠카를 만들던 슈퍼카 업체들이 SUV 생산에 뛰어든 이후 SUV 판매가 전체 판매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등 실적 호조를 견인하고 있다.

스포츠카를 핵심 모델로 내세운 이들 슈퍼카 브랜드들은 몇 해 전까지만 해도 SUV 생산에 회의적이었다. 육중한 SUV는 폭발적인 가속과 날렵한 주행 등 스포츠카가 보여주던 이들의 정체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그런데 글로벌 자동차 수요가 갈수록 SUV에 집중되면서 이들 업체도 속속 SUV 개발에 뛰어들었다.

람보르기니의 SUV '우르스'./람보르기니 제공

결과는 기대 이상. 이들 브랜드의 SUV 모델 수는 한두 개(포르셰 2개·람보르기니·애스턴마틴 각각 1개)에 불과하지만, 이 한두 개 모델이 브랜드 전체 판매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포르쉐는 올해 상반기 전 세계에 15만3656대의 차량을 인도했는데, 이중 SUV 모델(카이엔·마칸) 판매 비중은 57%였다. 포르셰 브랜드 중 가장 많이 판매된 모델이 카이엔(4만4050대)이었고, 마칸(4만3618대)이 뒤를 이었다. 카이엔은 6기통 3ℓ 가솔린 터보 엔진이 탑재돼 최고 340마력을 발휘하고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제로백)까지 6.2초가 걸린다. 포르셰는 이달 이전 세대보다 주행성능을 높인 신형 마칸을 공개하기도 했다.

애스턴마틴의 SUV 'DBX' 실내 모습./애스턴마틴 제공

사상 최대 반기 실적을 기록한 람보르기니의 호실적도 SUV 모델 '우르스'가 견인했다. 람보르기니의 올해 상반기 글로벌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 증가한 4852대였는데, 이중 브랜드 베스트셀러 슈퍼 SUV 우르스의 판매량은 2796대였다.

우루스는 최고 출력 650마력, 최대 토크 86.7㎏.m의 주행성능을 내는 4.0ℓ V8 트윈 터보 엔진이 장착된 슈퍼 SUV로, 제로백 3.6초, 최고속도 305㎞/h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SUV로 꼽힌다.

심각한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애스턴마틴을 위기에서 구하고 있는 모델도 SUV다. 올해 브랜드의 첫 SUV 모델 'DBX'를 출시한 애스턴마틴은 상반기 판매실적(2901대)이 지난해보다 224% 급증했다. 전체 판매량 중 절반 이상이 DBX였다. 낮은 지붕과 프레임 없는 문 등 스포츠카 감성을 담은 DBX는 최대 550마력을 내는 최신 4.0ℓ V8 엔진을 장착해 최고 291㎞/h까지 달릴 수 있다.

페라리 프로산게 예상 이미지./오토카 제공

국내 시장에서도 '슈퍼 SUV' 인기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포르셰 전체 판매(5365대) 중 카이엔(2579대)·마칸(340대) 등 SUV 판매 비중은 54%였다. 람보르기니의 경우 올해 상반기 180대가 판매됐는데, 이중 140대가 우르스였다. 지난해 상반기 우르스 판매량은 109대였는데 올해 30% 판매가 늘었다.

슈퍼 SUV 시장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페라리는 내년 브랜드 첫 SUV '프로산게'를 출시할 예정이다. 프로산게는 최대 출력 800마력의 성능을 내는 V12 엔진이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는데,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모델도 출시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