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스팅어와 쉐보레 카마로 등 스포츠카가 잇따라 단종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동화 전환이 빨라지고 있어 내연기관 스포츠카는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개발비가 많이 들어가는 스포츠카는 소수의 마니아층을 위주로 판매되기 때문에 자동차 업체로써는 수익성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차종이다. 업계에서는 스팅어와 카마로가 실제로 단종된다면 고성능 전기차가 해당 차종을 대체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스팅어는 BMW 3·4시리즈,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 등을 겨냥해 2017년 5월 출시됐다. 기아 최초이자 유일한 고성능 스포츠 세단으로, 2018년 미국 J.D파워의 차량 소유주 만족도 조사에서 콤팩트 프리미엄카 부문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세계 3대 디자인상으로 꼽히는 iF 디자인상과 레드닷 디자인상도 받았다.
그러나 판매량은 기대에 미치지 못해 오래전부터 단종설에 시달렸다. 출시 후 8개월 동안 6122대가 판매됐는데, 이듬해 2018년 5700대, 2019년 3644대로 계속 줄었다. 작년 8월 부분변경 모델 ‘스팅어 마이스터’가 나왔지만 연간 판매량은 3525대에 그쳤다. 올해 1~6월 판매량도 1854대에 불과하다. 게다가 현대자동차그룹 내 스포츠 세단인 제네시스 G70이 나오면서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기아는 스팅어 단종설과 관련,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앞서 카림 하비브(Karim Habib) 기아 디자인담당 전무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스팅어의 새로운 모델을 준비 중”이라며 “기술 트렌드가 전기차로 넘어가면서 스팅어의 콘셉트도 진화해야 한다. 스팅어의 정신이 기아의 핵심에 머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회사 안팎에서는 이 발언에 대해 내연기관 스팅어가 단종되는 대신 다른 전기 스포츠 세단이 출시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오토모티브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쉐보레도 2024년까지만 카마로를 생산하고 이를 전기 세단으로 대체할 예정이다. 쉐보레 브랜드를 보유한 제너럴모터스(GM)는 2035년부터 전기차만 판매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현재 30여종의 내연기관 모델 중 픽업트럭과 SUV를 제외한 다른 차종은 순차적으로 단종하겠다는 계획이다. 오토모티브뉴스는 5년 내 10종의 내연기관차가 사라질 것이며 여기에 카마로도 포함된다고 전했다.
다른 자동차 업체들도 전기차 시대에 대비해 브랜드 대표 스포츠카 라인업을 정리해왔다. 아우디는 지난 2019년 2인승 스포츠카인 ‘TT’를 단종하고 후속 모델은 비슷한 차급, 비슷한 가격대의 전기 스포츠카를 선보이겠다고 발표했다. 수익성이 나지 않는 차량은 단종하고 전동화 프로젝트에 자원을 집중하기 위해서다.
포드는 머스탱의 전기차 버전 ‘마하-E’를 스포츠카 대신 소형 SUV에 가까운 형태로 내놨다. 포드는 머스탱을 단종시키지 않고 파워트레인을 다양화하되, 머스탱을 제외한 모든 세단 라인업을 정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