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 유통업체 HAAH오토모티브가 결국 파산 절차를 밟는다. HAAH를 가장 유력한 투자 후보기업으로 보고 회생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추진 중이었던 쌍용차에도 비상이 걸렸다.

20일 오토모티브뉴스는 HAAH가 수십만 달러의 보증금을 지불한 예비 딜러들과 비대면 회의를 가진 뒤 조만간 파산 신청을 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듀크 헤일 HAAH 회장은 오토모티브뉴스와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판매하기 위해 중국 체리자동차와 함께 만든 모델 반타스(VANTAS)와 티고(T-GO)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이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 자동차와 부품 등 모든 부문에서 수익이 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파산 신청 배경을 밝혔다.

HAAH가 미국에서 판매할 계획었던 SUV 모델 '반타스'./오토모티브뉴스

당초 HAAH는 체리차의 SUV 모델을 반조립 상태로 미국에 들여와 최종 조립한 뒤 미국에서 판매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미중 무역 마찰이 지속되는 가운데 관세 부담이 커졌고, 미국 내 중국 제품에 대한 불신이 이어지면서 사업이 탄력을 받지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HAAH의 핵심 인사인 가렛 베일리 전략담당 부사장과 밥 프래진스키 판매담당 수석이 퇴사하면서 판매 전략에도 차질이 생겼다.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자가 파산하게 되면서 쌍용차의 조기 매각 계획도 표류하게 됐다. HAAH를 제외하면 자금 조달 능력이 검증된 쌍용차 인수 후보군은 사실상 없는 상태다.

회사 안팎에서는 채권단이 대규모 공적 자금 투입에 난색을 보이는 상황에서 인수 여력이 있는 후보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쌍용차가 결국 파산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앞서 쌍용차 조사위원인 EY한영회계법인은 서울회생법원에 쌍용차의 청산 가치는 9800억원, 계속 가치는 6200억원으로 평가됐다고 보고했다.

경기도 평택에 있는 쌍용차 평택공장 모습./연합뉴스

쌍용차는 인수 후보자의 재무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평택공장 부지 매각에 나서는가 하면 직원 절반에 대해 1년간 무급휴업도 진행하고 있다. 2026년까지 6종의 친환경차를 개발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쌍용차는 이달 말까지 인수의향서를 접수하고, 인수 의향을 밝힌 후보자를 대상으로 예비실사를 진행해 8월 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