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그동안 내연기관차를 만들던 생산 설비를 전기차 전용 설비로 전환하고 나섰다. 전기차 전환 바람이 거스를 수 없는 자동차 산업의 주류로 자리 잡아 가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전기차 시장에서 글로벌 업체들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세계 4위 자동차 업체인 스텔란티스는 최근 영국 북서부 엘즈미어 포트에 있는 복스홀 공장에 1억유로(약 1400억원)를 투자해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영국 정부가 2030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스텔란티스는 이곳에서 순수 전기 승용·상용차만 생산하기 위해 조립 라인을 변경하고, 공장 부지 일부에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 팩 조립라인도 확보할 예정이다.

영국에 있는 스텔란티스 복스홀 공장./로이터

피아트·크라이슬러·지프·푸조·시트로엥·마세라티·복스홀 등 14개 자동차 브랜드를 가진 스텔란티스의 전동화 전환은 다소 늦은 편이다. 경쟁하고 있는 폭스바겐과 제너럴모터스(GM)는 이미 상당한 생산 설비를 전기차 전용 라인으로 전환하고 있다.

특히 폭스바겐그룹이 적극적이다. 폭스바겐은 2018년부터 본사가 있는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 공장들을 전기차 전용 생산 시설로 전환하는 계획을 차근차근 실행해왔다. 특히 독일 엠덴과 하노버, 츠비카우 등 3개 공장에서 생산하던 내연기관 모델은 해외 공장으로 이전하고, 이곳에서는 ID.3와 ID.4 등 전기차 모델을 생산하도록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다. GM은 미국 디트로이트에 있는 햄트랙 공장에 22억달러(약 2조6000억원)를 투자해 최초의 전기차 전용 공장을 세웠고, 여기서 전기 픽업트럭 험머 EV 등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현대차(005380)도 전기차 생산 물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시설 전환에 나섰다. 현대차 노사는 아산공장에 전기차 생산설비를 설치하기 위해 이달 13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생산을 중단하기로 지난 8일 합의했다. 현재 아산공장에서는 쏘나타·그랜저 등 현대차의 주력 세단 모델이 생산되고 있는데, 내년부터는 주요 생산 모델이 전기차로 바뀔 예정이다. 현대차는 올해 말 남은 설비 공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폭스바겐 독일 공장에서 전기차 모델 ID.3가 생산되는 모습./폭스바겐 제공

배터리 전력으로 구동하는 전기차를 조립하려면 내연기관차와는 다른 생산 환경이 필요하다. 가솔린이나 디젤을 연료로 하는 내연기관 엔진의 경우 구동에 필요한 부품이 2000개에 이르지만, 전기차의 경우 20개에 불과하다. 토마스 쉬말 폭스바겐 부품 책임자는 "내연기관차 대신 전기차를 만들기 위해 생산 설비를 전환하면 공장 규모도 바뀔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국내 자동차 업계는 완성차 업체뿐 아니라 부품사들의 전기차 생산 설비 전환을 위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전국금속노동조합,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등 4개 단체는 12일 국회에 "국내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를 중심으로 한 미래차로 효율적으로 전환하려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특히 영세기업 비중이 높은 부품 업체에 대한 재정적 지원이 시급하다"라는 내용을 건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