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델타 변이가 확산되면서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가운데 현대자동차 한 부서의 팀 11명 전원이 코로나에 확진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 부서에서는 지난달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부서는 출장 인원에 대한 백신 우선 주사와 방역 강화를 요구하고 있으나 본사는 당장 의료진 충원이 어려워 지역 공장의 백신 접종계획을 세우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소재·생기사업부위원회(생기부)는 코로나 사태와 관련해 대자보를 게재하고 회사의 답을 기다리고 있다. 생기부는 생산기술사업부의 줄임말이다. 생기부는 “생기대의원회는 최소한의 방역 안전과 확진자들의 후유증 대처를 요구하였으나 이원희 사장, 워크앤라이프, HR지원팀은 정당한 요구사항을 짓밟아버렸다”며 “도대체 몇 명이 죽어나가야 우리의 말을 들어줄 것인가”라고 썼다. 생기부는 이날까지 회사가 답변을 내놓지 않으면 국내외 모든 출장 업무를 전면 중단하고 투쟁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미국 공장. /현대자동차 제공

생기부는 현대차 생산 설비 전반을 준비 및 관리하고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일을 맡는다. 전국적으로 생기부 직원은 약 1300명이다. 전 세계 26개 국가에 설립되었거나 설립 중인 현대차 CKD(반조립공장) 등을 관리하기 위한 해외 출장이 주업무다. 해외 공장은 현대차 수출의 발판으로, 생기부 직원들은 코로나 발생 후에도 수차례 해외 공장을 오가고 있다.

지난 5월말 인도네시아로 출장을 갔던 생기부 프레스금형기술1부(프금기부) 인도네시아 출장팀은 전원 조기복귀했다. 팀원 11명과 협력업체 인원 다수가 코로나에 걸렸기 때문이다. 이 중 두 명은 생명이 위험할 정도의 중증으로 에어엠뷸런스에 실려 귀국했다. 인도네시아는 최근 하루 확진자가 3만명씩 나오고 1000여명이 사망하는 등 국가 방역체계가 사실상 무너진 상황이다.

직원들은 해당 국가나 지역에 대한 정보 제공이 미흡해 출국 전부터 불안을 호소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공장기술 지원을 위해 지난달 카자흐스탄으로 출장을 갔다가 코로나 확진으로 사망한 직원도 생기부 소속이었다. 이외 생기부 내 자동화 기술부 등 해외 출장이 주 업무인 여러 팀에서도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다.

현대차는 해외법인별 코로나 대응 매뉴얼을 준비하고 국내외 사업장 내 방역을 철저히 하는 등 국내외 사업장 내 감염 예방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출장은 신차 양산 준비 등 불가피한 경우에만 진행하고 있으며 출국 전 건강검사와 위생방역 교육, 방역 키트를 제공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현지 도착 이후에도 별도의 전용 교통편 및 숙소 등 출장자 안전을 위한 조치를 하고 있다.

하지만 직원들은 실제 적용이 미흡하다고 주장한다. 공장이 지어지는 국가 중 일부는 국가 방역지침이 철저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는 코로나19 검사 후 음성이 나오면 잠복기간에 대한 고려 없이 다시 업무에 투입된다. 이번 프금기부의 경우에도 첫 검사에서 여럿이 음성 반응이 나왔지만 잠복기간 내 전원이 확진됐다. 해외 출장자에게 자가 진단키트나 법인차원의 방역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해외출장이 잦은 생기부는 지난해 말부터 백신 우선접종을 수차례 요구했다. 생기부 대의원회는 매뉴얼 보완과 핫라인 신설 등 13가지 방역 보완대책을 본사에 요구했지만, 업무지원팀은 방역 원칙 및 다른 부서와의 형평성을 이유로 답을 피했다고 주장한다. 임부규 현대차 생기사업부 대표는 “부서 자체적으로라도 백신을 맞을 수 있도록 지난 4월 말부터 정부에 신청하는 방법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