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레저용 차량(RV)의 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대형급 SUV와 밴형 차량(CDV)의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차박(자동차+숙박) 열풍 등으로 대형 차량의 선호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4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의 자동차 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1∼5월 판매된 RV 모델은 총 27만9169대로, 작년 같은 기간(26만7169대)보다 4.5% 증가했다. RV 모델은 승용차 중 SUV와 미니밴, 픽업 등 다목적형 자동차를 일컫는다. 세단과 해치백을 모두 포함한 전체 승용차의 1∼5월 판매가 51만9048대로 반도체 부족 등의 여파로 작년 동기(53만1493대) 대비 2.3% 감소했다.

차량의 고급화, 대형화 추세가 더해지며 중대형급 이상 SUV의 판매량이 증가했다. 중대형(2.0∼3.0ℓ) SUV는 올해 1∼5월 8만4911대가 팔리며 작년 동기 대비 43.1% 증가해 사상 처음으로 연간 판매 20만대 돌파가 기대된다. 대형급(3.0ℓ 이상) SUV 역시 올해 1∼5월 1만4578대로 판매량이 20.6% 증가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기아 뉴 카니발./기아 제공

중대형급 이상 SUV 시장은 기아(000270)의 대표 SUV 모델인 쏘렌토와 제네시스 브랜드의 GV70, GV80 등이 이끌고 있다. 쏘렌토는 올해 5월까지 3만3893대가 팔렸고, 올해 본격 판매에 들어간 GV70은 1만8563대가 판매됐다. GV80 역시 5월까지 9477대가 팔리며 월 2000대 안팎의 판매를 지속하고 있다.

밴형 차량도 미니밴인 기아 카니발의 인기에 판매가 크게 늘었다. 5월까지 판매된 밴형 차량은 모두 카니발로, 총 3만9605대가 팔려 작년 동기 대비 182.0% 증가했다. 카니발은 월평균 8000대가 팔리며 그랜저와 포터에 이어 국내 베스트셀링 모델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차박과 캠핑 등 가족 단위 여가 활동이 늘고 보복 소비가 증가하며 중대형급 이상 SUV와 미니밴의 인기도 높아지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중소형 SUV는 판매량이 감소했다. 소형 SUV(경형 포함, 1.6ℓ 미만)는 9.3% 감소한 10만2041대, 중형 SUV(1.6∼2.0ℓ)는 47.2% 감소한 2만8780대가 판매됐다.

소형 SUV의 판매가 감소한 것은 2012년 이후 처음이다. 2014년 연간 판매가 3만2000대 수준에 불과했던 소형 SUV는 2016년 11만621대로 처음 연간 10만대를 넘어선 데 이어 2019년 22만5771대, 작년 28만6216대를 기록했다.

티볼리, 트랙스, QM3 등 소형 SUV 모델이 단종 등으로 판매가 급격히 줄고 현대차(005380)와 기아의 대표 소형 SUV 모델인 코나와 니로 등도 신차 효과가 사라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중형 SUV의 판매 감소는 더욱 두드러진다. 중형 SUV 판매량은 2017년부터 20만대 수준으로 뚝 떨어진 데 이어 작년에는 10만대를 겨우 넘겼고, 올해는 10만대 아래로 떨어질 전망이다. 중형 SUV의 SUV 차급 내 판매 비중도 2015년 66.8%에서 올해 12.5%로 쪼그라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초기 SUV 시장 확대를 이끌었던 소형 SUV 모델의 신차 효과가 감소하고 최근 고급화, 대형화 추세에 맞춰 출시된 고급 SUV 모델과 미니밴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며 "공간성과 다목적성이라는 RV의 강점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