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전기로 움직임)화 전환을 준비하는 스텔란티스 소속 브랜드 지프가 내년 유럽에서 2도어 랭글러 판매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지프는 오프로드의 상징적인 모델 랭글러에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을 출시할 예정인데, 2도어 모델의 경우 축거(자동차의 앞바퀴 중심과 뒷바퀴 중심 사이의 거리)가 짧아 차체가 큰 4도어 모델만 생산하기로 한 것이다.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완성차 업체들이 전동화에 나서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차는 대형화되는 역설이 발생하는 셈이다. 차체가 커질수록 주행에 소비되는 에너지는 많아질 수밖에 없다.
지프는 "앞으로 유럽에서 판매되는 모든 랭글러는 4xe 모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2도어 랭글러는 짧은 휠베이스 때문에 하이브리드 구동계를 장착하기에 충분한 공간을 확보할 수 없어 유럽 판매용으로는 더이상 생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지프의 4xe는 돌파력이 뛰어난 사륜구동(4WD)과 전동화(Electric)를 결합한 하나의 브랜드로, PHEV를 통해 본격화되고 있다. 2019년 랭글러 기준 2도어의 휠베이스는 2460㎜, 4도어의 휠베이스는 3010㎜으로, 550㎜ 차이가 난다.
오토모티브뉴스에 따르면 유럽에서 판매되는 랭글러의 30%가 2도어 모델이다. 올해 1~5월 유럽에서는 2600여대의 랭글러가 판매됐다. 당장은 환경 규제가 강한 유럽에서만 2도어 모델이 단종되지만, 지프가 PHEV 모델을 판매하는 지역을 확대하면 2도어 랭글러를 판매하는 지역도 점점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지프는 국내에도 랭글러 4xe를 올해 9~10월 출시할 계획이다. 랭글러 4xe PHEV 파워트레인은 279마력의 출력을 내는 터보차저 2.0ℓ 4기통 엔진과 총 380마력의 전기모터를 결합했다. 2열 시트 아래 있는 17kWh의 배터리팩은 완충 시 전기모드로만 50㎞를 주행할 수 있다.
대용량 배터리와 내연기관 엔진을 동시에 장착해야 하는 PHEV의 특성상 차량이 대형화되는 추세는 경쟁 모델인 재규어랜드로버도 마찬가지다. 유럽 시장에서 랭글러와 경쟁하는 랜드로버 '디펜더'의 경우 가솔린·디젤·마일드하이브리드 모델은 3도어로 판매되지만, PHEV는 5도어 모델로 출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