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그룹은 지주회사 한라홀딩스 아래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만도와 건설업체 한라를 양 축으로 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은 IMF 당시 공중분해됐던 그룹을 재건하는 과정에서 2015년 만도와 한라간 순환출자 연결고리를 끊어낸 뒤 지금의 지배구조 틀을 확립했다. 현재 정몽원 회장은 한라홀딩스 지분 24%를, 한라홀딩스는 만도와 한라 각각 30%, 16%를 갖고 있다. 여기에 우군인 KCC(002380)가 한라홀딩스 지분 4%, 한라 지분 9%를 갖고 있다. 정몽원 회장과 정몽진 KCC 회장은 사촌지간이다.

최근 한라그룹은 만도를 중심으로 미래차 사업으로 재편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초 만도는 자율주행∙전장부품 전문기업인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MHE)를 인수했다.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는 독일 헬라(HELLA)와 한라홀딩스가 각각 50%씩 지분을 투자해 2008년 설립한 회사다. 만도가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의 지분을 전부 인수한 것은, 자동차 기술은 만도가 전적으로 책임지고 한라홀딩스는 자체 사업의 외연 확장과 수익 중심의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한라그룹 제공

◇ 오너일가의 부족한 지분, 우군 KCC가 보완

한라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2014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한라그룹은 한라→만도→한라마이스터→한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였다. 순환출자 연결고리를 끊기 위한 첫 번째 작업은 자동차 부품 제조업부문을 인적분할해 만도를 신설하고, 존속회사를 지주회사로 변경해 한라홀딩스를 세우는 것이었다. 한라→한라홀딩스→한라마이스터→한라로 이어지게 된 순환출자 구조는 2015년 한라가 한라홀딩스 주식을 전량 매각하면서 끊어냈다. 이로써 한라그룹은 지주회사 체제를 확립했다.

현재 한라그룹은 정몽원 회장→한라홀딩스→만도 및 한라 등 국내 13개사, 해외 32개사로 이어지는 구조로 돼 있다. 정몽원 회장은 한라홀딩스 지분 24.3%, 부인 홍인화 씨와 장녀 정지연 씨는 각각 0.01%, 차녀 정지수 씨는 0.02%의 지분을 갖고 있다. 정몽원 회장과 특수관계인 외에 5% 이상의 지분을 가진 주주들이 다수 존재한다. 국민연금 13.9%를 비롯해 5% 이상 지분을 가진 주주의 지분율은 총 38%에 달한다.

한라홀딩스는 만도 지분을 30.3% 보유하고 있다. 한라에 대해서는 15.9%를 보유하고 있는데, 전환우선주를 포함하면 33.3% 수준이다. 전환우선주는 2023년에 보통주로 전환된다. 오너일가의 부족한 지배력은 KCC가 보완하고 있다. 정몽원 회장과 정몽진 KCC 회장은 사촌지간인데, KCC는 2015년 인수한 한라홀딩스 지분 4.1%를 지금까지 한 주도 처분하지 않고 있다. 자기주식 2.1% 등을 합산하면 우호 지분은 30.6%로 집계된다. KCC는 한라 지분도 9% 보유하고 있다.

정몽원(오른쪽) 한라그룹 회장이 지난 3월 16일(현지 시각) 미국 조지아주 메리웨더 카운티에서 열린 만도 부품 공장 준공식에 참가해 현지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한라그룹 제공

◇ ‘형제의 난' 거치며 순환출자 고리 끊고 지배구조 틀 확립

정몽원 회장은 한라그룹의 모태인 현대양행을 창업한 고(故) 정인영 명예회장의 차남이다. 정인영 명예회장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첫째 동생이다. 현대양행은 1962년 설립됐는데, 현대양행의 기계사업부를 기반으로 1980년 만도기계(현 만도)가 탄생한다.

1997년 1월에는 정인영 회장이 명예회장으로 물러나고 차남 정몽원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해 2세 경영체제를 구축했다. 사업구조도 중화학공업, 시멘트, 자동차부품, 건설 및 엔지니어링, 유통·서비스 등 5개 소그룹으로 개편했다. 그러나 외환위기를 거치며 그룹 전체가 어려움을 겪었다. 대부분의 계열사를 매각하거나 청산하고 남은 것은 한라건설 뿐이었다.

정몽원 회장은 그룹을 재건하는 과정에서 형인 정몽국 엠티인더스트리 회장과 경영권을 놓고 다퉜다. 부도난 한라시멘트의 영업권을 되찾아오는 과정에서 정몽원 회장이 정몽국 회장의 일부 지분을 동의 없이 처분했다는 것이다. 이에 정몽국 회장은 사문서위조 등의 혐의로 정몽원 회장을 고소했으나, 법원은 정몽원 회장에 대해 무혐의로 판단했다. 이 사건이 정리된 후 한라그룹은 핵심 계열사인 만도를 9년 만인 2008년 다시 사들였다.

2011년에는 건설 경기가 침체되면서 한라그룹에 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한라가 미분양으로 수천억원의 영업손실을 보자, 만도는 2013년 자회사인 한라마이스터를 통해 3385억원을 한라에 출자했다. 한라에 대한 만도의 자금 지원은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낳았고, 한라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시발점이 됐다. 주주들의 신뢰를 다시 얻고, 한라의 위험을 그룹 내 계열사로 번지는 것을 막으면서 오너가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만도 자율주행차 ‘하키’에 장착된 4D 이미징 레이더가 주행 환경을 포인트 클라우드(Point Cloud)로 센싱하고 있다./만도 제공

◇ 만도, 9월에 물적분할… 미래차 사업에 속도

정몽원 회장은 2017년 만도 대표이사로 취임하며 건설과 더불어 자동차 부문도 일선에서 직접 챙기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그룹의 주축인 만도의 사업을 미래차 중심으로 재편하는 데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초 만도는 자율주행∙전장부품 전문기업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MHE)를 165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자율주행 핵심부품을 자체 생산하기 위해서다.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는 독일 헬라(HELLA)와 한라홀딩스가 각각 50%씩 지분을 투자해 2008년 설립했다.

업계에선 만도가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의 지분 절반이 아닌 100%를 확보해 시너지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성장이 기대되는 비상장 자회사를 주력 자회사에 포함시킨 것은 성장을 가시화하는 시간을 앞당기겠다는 의지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자동차 기술은 만도가 전적으로 책임지고 한라홀딩스는 자체 사업의 수익성을 높이는데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만도는 오는 9월 자율주행 관련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하기로 했다.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사업과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를 떼어내 만도모빌리티솔루션즈(가칭)를 설립하겠다는 것이다. 지분 구조는 현재 만도→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인데 분할 후에는 만도→만도모빌리티솔루션즈→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가 된다. 만도는 앞으로 만도모빌리티솔루션즈가 자율주행 고도화와 지역 및 고객 다변화, 신사업 확장으로 자율주행·모빌리티 분야 전문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