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화재로 수난을 겪은 전기차 코나 EV의 배터리 충전률(SOC·State of Charge) 제한을 서두르고 있다. 여름철은 통상 전기제품 화재가 많이 일어나는데, 혹시 화재가 발생할 경우 현재 판매 중인 아이오닉 5와 7월에 출시되는 제네시스 전동화모델 G80e의 판매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차 영업사원은 유원하 국내사업본부장(부사장)의 지시로 배터리 리콜 대상 코나 EV 소유주들에게 연락해 배터리 관리시스템(BMS) 업데이트를 요청하고 있다. 업데이트는 현대차 공식 서비스센터인 블루핸즈에서 30분가량 소요된다. 현재까지 업데이트가 진행된 코나 EV는 전체의 50%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가 BMS를 업데이트하는 이유는 SOC를 제한하기 위해서다. 통상 전기차는 배터리가 완전히 충전되지 않도록 제한을 둬 과충전으로 인한 발열 화재 등을 예방한다. 이를 안전 마진이라고 하는데, 앞선 코나 EV 화재 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코나의 배터리 안전 마진은 최대 3%에 불과해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코나 EV는 올해까지 국내외에서 총 16건의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현대차와 배터리 공급사인 LG에너지솔루션은 특정 기간 내 생산된 차량 전량에 대해 배터리 리콜을 진행하기로 했다. 그런데 배터리 공급에 시간이 걸리면서 당장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BMS 업데이트라도 먼저 진행하는 것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전기 제품이 여름철 외부온도로 과열해 화재가 날 가능성을 우려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이에 현대차는 "리콜 확정 후 아직 다수 차량이 배터리 교체를 받지 못한 상황이라 안전 마진을 높일 수 있는 BMS 업데이트라도 빨리 진행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여름과 전기차 화재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코나 외 단일 차종에서 전기차 화재가 여러 차례 발생한 적이 없어 현대차 측의 설명처럼 당장 인과관계를 확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코나EV의 화재 사례를 보면 사고는 여름에 집중돼 있다. 올해까지 발생한 화재 16건 중 절반인 8건이 여름(6~8월)에 발생했으며, 겨울(12~2월)에 발생한 화재 건수는 1건에 불과했다.
여름철은 전기 화재에 취약한 시기다. 소방청 화재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에 발생한 전기 화재 8408건 중 35%(2924건)가 전기적 요인으로 발생했다. 같은 해 겨울 전기적 요인으로 발생한 화재 비율(23%)에 비해 10%포인트(P) 이상 높았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에는 배터리 온도를 조절하는 시스템이 있어 다른 전기제품들과 달리 외부 영향을 안받는다고 하지만, 이는 어느 정도 주행을 한 후에 제대로 작동한다"고 말했다.
전기차 화재의 또다른 문제는 화재 발생 시 완전 연소까지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이 다른 화재에 비해 훨씬 크다는 점이다. 최근 NBC 등 미국 언론은 미국 소방관들이 전기차 화재를 진화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내연차에 비해 전기차 화재에 더 많은 인력과 시간, 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4월 테슬라 모델S 진화시 필요했던 소방관은 8명, 총 진화시간은 7시간, 사용된 물은 10만ℓ로, 담당 소방서에서 한 달간 쓸 수 있는 양이자 평균 가정이 2년 간 쓰는 양이다.
지난해 12월 국내 고급 빌라 지하주차장에서 테슬라 모델X 사고로 화재가 났을 때도 화재 진압에만 총 5시간이 걸렸다. 배터리가 다 탈 때까지 연기와 불꽃이 20~30분 간격으로 발생해 진압에 애를 먹었다는 게 소방청의 설명이다. 소방청 자체 조사 결과에서는 최근 5년간 전기차 관련 화재는 연평균 41.4%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화재 진압이 어려운 이유는 배터리 탓이다. 리튬이온배터리는 완전 연소까지 불이 꺼지지 않고, 배터리팩이 철재로 덮여 있어 소화약제가 제대로 침투하지 않는다. 이에 소방청은 전기차 화재가 발생하면 주황색 고전압 구성 요소 또는 케이블을 절단하거나 파손하지 말고, 엔진 소리가 나지 않더라도 차량의 시동이 켜져 있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안내 메뉴얼을 만들기도 했다.
박 교수는 "전기차 배터리는 여러 개의 셀로 이뤄져 있어 하나의 셀에서 손상이 발생하면 도미노처럼 연쇄 폭발을 일으키게 된다"며 "손상이 계속 이어지기 전에 초반에 과할 정도로 많은 양의 물로 온도를 낮추는 냉각 소화 방식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