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부터 국내 자동차 시장에 새로운 경차 모델이 대거 투입된다. 국내 경차 판매량은 매해 감소하고 있지만, 일부 모델은 최근 캠핑·차박 수요가 증가해 판매량이 반등했다. 앞으로 경쟁력 있는 신차가 잇따라 투입돼 소비자들의 선택지가 다양해지면 경차 시장이 부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올해 하반기에는 현대차가 19년 만에 새로운 경차 모델을 내놓을 예정이다. 국내 경차 전체로 보면 새로운 모델 출시는 4년 만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5월 경차 판매량은 3만9412대로 작년 같은 기간 3만9016대 대비 소폭 늘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경차는 기아 모닝과 레이, 한국GM 스파크인데 모닝 판매량은 1만5064대, 스파크는 9053대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각각 11.1%, 20.9% 감소했다. 반면 레이 판매량은 1만5295대로 작년 같은 기간(1만614대) 대비 44.1% 증가했다.

캠핑카 업체인 다온티앤티가 기아 레이를 기반으로 제작한 2인승 캠핑카 '레비'/연합뉴스

레이가 유독 판매 증가율이 높은 것은 1~2인 차박용으로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레이는 경차이지만 차체가 박스 형태여서 다른 모델에 비해 실내 공간이 넓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경차도 매력적인 상품성을 갖추면 충분히 인기를 끌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경차 판매량은 2012년 22만대, 2013년 20만대를 기록한 뒤 점차 줄어들고 있다. 2014년에 20만대 벽이 깨졌고 작년에는 10만대도 넘지 못했다. 경차 판매량이 감소하는 이유는 소비자의 선호도가 스포츠유틸리티차(SUV)로 넘어가고 있는데다, 선택지가 3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연식 변경 등을 이유로 가격도 매해 올라 소형차와 비교했을 때 가격 경쟁력이 크지 않다는 것도 경차가 매력을 잃은 요인 중 하나다.

올해 하반기 신차가 투입되면 상황이 바뀔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올해 하반기에는 현대자동차가 광주글로벌모터스(GGM)을 통해 경형 SUV 위탁 생산을 시작하고, 내년 초에는 쉐보레가 경형 CUV를 선보일 예정이다. CUV는 SUV와 비슷한 형태를 지녔지만, 승용차 차체를 기반으로 제작돼 연비와 승차감이 좋은 게 특징이다. 그간 모닝을 제외하고 레이, 스파크는 완전변경을 거친 것이 한 번도 없었다. 모닝은 2017년 3세대 완전변경 모델이 나온게 마지막이다. 하반기에 현대차가 경형SUV를 출시하면 국내 경차 시장에 4년만에 새로운 모델이 나오는 셈이다.

지난 4월 29일 준공 기념행사가 열린 광주광역시 광산구 광주글로벌모터스 공장./연합뉴스

향후 출시될 경차들은 SUV, CUV라 인기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차 판매량이 하향세여도 경차 크기의 SUV는 수요가 있다고 업계에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소형 SUV 출시 후 SUV 시장의 파이가 커진 것처럼, 경형 SUV도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이번에 출시하는 경형 SUV(코드명 AX)는 2002년 아토스 단종 이후 현대차가 19년 만에 내놓는 경차다. 경차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엔진 배기량 1000cc와 길이 3.6m, 너비 1.6m, 높이 2m 이하의 조건을 모두 맞춘 것으로 전해졌다. 기아 모닝에 탑재된 최고출력 76마력의 스마트스트림 1.0ℓ 엔진과 4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될 예정이며 현대차가 디자인과 설계를 맡고 광주글로벌모터스가 생산을 담당하게 된다.

한국GM도 기존 경차인 쉐보레 스파크를 바탕으로 한 CUV를 준비 중이다. 본격적인 양산은 내년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도장 공장을 새로 지었고, 창원공장은 설비 교체 작업을 진행 중이다. GM 본사는 한국GM에 연간 27만 대의 경형 CUV 생산을 위탁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