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000270)가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만든 ‘EV6’ 실물을 지난 2일 최초로 공개했다. EV6는 지난 3월 31일부터 사전예약을 시작했는데, 40여일 만에 예약대수가 3만대를 넘었다. 당초 기아가 밝혔던 올해 EV6 생산목표는 1만3000대로, 두 배 이상 되는 물량이 사전계약에 몰린 것이다. 기아는 사전예약이 몰리면서 예약 기간을 2주 이상 앞당겨 지난달 14일 마감했다.

EV6 GT-라인./변지희 기자

‘형제차’인 현대차(005380)의 아이오닉5보다 기아 EV6가 더욱 인기를 끈 것은 상대적으로 다양한 라인업 덕분이다. 기아는 이날 EV6의 기본형(롱레인지) 모델과 GT-라인(Line), GT 등 세 가지 모델을 전시했다. GT는 현대차의 ‘N’처럼 기본형보다 성능을 높인 고성능 차량이다. GT-라인은 성능보다는 디자인 측면에서 스포티한 감성을 살렸다. 아이오닉5는 기본형과 항속형 모델 둘 뿐이다.

EV6 GT./변지희 기자

EV6의 세 모델은 모두 휠베이스(축간 거리)가 2900㎜로 내부 공간은 같다. 그러나 GT와 GT-라인은 역동적인 디자인을 위해 전장(차의 길이)과 전폭(차의 폭)을 더 늘렸다. 특히 GT는 GT-라인보다도 전고(차의 높이)를 낮췄다. 세 종류의 전장·전폭·전고는 EV6 기본형이 4680㎜·1880㎜·1550㎜, GT-라인이 4695㎜·1890㎜·1550㎜, GT가 4695㎜·1890㎜·1545㎜다.

EV6 GT-라인 내부./변지희 기자

디자인도 차별을 뒀다. 기본형은 휠 하우스(차량 측면에서 봤을 때 휠을 감싸는 부분)의 색깔이 검은색이어서 차체와 색상이 달라 시선이 다소 분산되는데 GT-라인은 차체 색상과 휠 하우스 색상이 같다. 이 때문에 GT라인은 20인치 휠이 더욱 강조되는 느낌이다. GT는 내년 출시 예정이어서 이날 공개된 차량과 디자인이 다소 달라질 수 있다.

EV6 GT-라인./변지희 기자

공기흡입구와 후미등 모양도 다르다. 기본형은 공기흡입구가 세로형인 반면, GT-라인은 가로형이다. 후미등은 기본형의 경우 일직선의 가로 형태고, GT-라인은 두 줄의 점선 형태다. 측면 디자인도 다소 다른데, 앞쪽 하단에서부터 휠 하우스를 관통해 테일 램프까지 이어지는 ‘다이내믹 캐릭터’라인이 기본형은 두 줄의 크롬 장식으로 돼 있는 반면, GT라인은 검정색 라인이 두껍게 이어진다.

EV6 충전구./변지희 기자

내부는 운전자를 중심으로 배치된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눈에 띈다. 시트는 얇고 부드러웠는데 기아측 설명에 따르면 친환경 공정 나파 가죽 시트, 폐플라스틱 재활용 소재, 아마씨앗 추출물과 같은 다양한 친환경 소재와 공법을 실내 곳곳에 적용했다. GT-라인의 경우 스웨이드 스포츠 버킷시트가 탑재됐으며 네온(Neon) 색상의 스티치 포인트가 적용돼 실내 디자인도 스포티한 감성을 살렸다.

EV6 GT-라인(사진 위) 공기흡입구와 기본형 공기흡입구./변지희 기자
EV6 GT-라인 후미등(사진 위)과 기본형 후미등./변지희 기자

E-GMP를 기반으로 만들어져 차량 내부가 평평해 시각적으로 넓어보였다. 뒷좌석에 앉으면 무릎 공간에 주먹 1~2개 정도가 들어간다. 적재공간은 520ℓ로 2열 시트를 접을 경우 최대 1300ℓ까지 확장된다. 전방 후드 안에도 프론트 트렁크가 있는데, 남성용 백팩 2개 정도가 들어갈 정도의 크기다.

EV6 GT-라인./변지희 기자

EV6에는 다양한 충전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는 400V/800V 멀티 급속 충전 시스템이 적용됐다. 800V 초고속 충전 시스템을 이용할 경우 18분만에 10%에서 최대 80%까지의 충전이 가능하며, 5분 충전하면 100㎞ 이상(WLTP 기준) 주행이 가능하다. 차량 외부로 220V 전원을 공급할 수 있는 V2L 기능 덕분에 움직이는 에너지 저장소로도 활용할 수 있다. 이날 기아는 EV6에 전자기기를 연결해 소형 냉장고, TV, 전등 등을 작동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EV6 프론트 트렁크./변지희 기자

EV6 기본형은 58kWh 용량의 배터리가 탑재된 스탠다드와, 77.4kWh의 롱레인지 모델로 출시됐다. GT-라인과 GT도 77.4kWh 배터리가 탑재된다. 롱 레인지 모델은 450㎞ 이상 주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기아는 전했다. 내년 출시될 GT는 최대출력 584마력으로 3.5초만에 시속 100㎞에 도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