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지속되는 가운데 인도에서는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폭증세를 보이면서 현대차(005380)그룹의 글로벌 생산 계획에 빨간불이 켜졌다. 기아 미국 조지아 공장이 반도체 부품을 충분히 공급받지 못해 가동이 중단된 데 이어 현대차의 인도 첸나이공장은 코로나 확산에 셧다운에 들어갔다. 현대차그룹 글로벌 공장은 반도체 공급난과 코로나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해 주 단위로 생산 계획을 잡고 있다. 글로벌 차량 반도체 품귀 현상이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백신 보급이 늦은 신흥국에서 코로나 재확산세가 이어지고 있어 글로벌 생산 공장은 언제든 멈출 가능성이 크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올해가 "미래 성장을 가름 짓는 중요한 변곡점"이라며 "신성장동력으로의 대전환"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외부 변수들 때문에 글로벌 기지의 생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전략에도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전기차 전용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한 전기차 판매를 본격적으로 시작해 글로벌 친환경 브랜드로의 입지를 강화한다는 계획이었다.

현대차 인도 첸나이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작업하는 모습./현대차 제공

26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달 마지막 주(25~29일) 인도 첸나이공장의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현지 공장 근로자 2명이 코로나19로 쓰러진 이후 직원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5일 간 직원들에게 유급휴가를 주고 공장 문을 닫기로 한 것이다. 인도에서는 최근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하루에만 40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확산세가 심각하다. 현지 코로나 확산세가 잡힐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셧다운 기간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1998년 완공된 현대차 인도공장은 현지 전략형 차종인 상트로, i20, 아우라, 크레타 등을 생산한다. 연간 70만대의 생산 능력을 갖춰 인도뿐 아니라 아시아와 중동 지역에 수출하는 물량을 책임지고 있다.

현대차 인도 공장은 작년 상반기에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다 하반기에 확산세가 다소 진정되며 정상화되는 듯했다. 올 초까지만 해도 인도 시장에 대한 전망은 밝았다. 특히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했다. 현대차는 현지에서 직접 보급형 전기차를 개발해 공략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 확산세로 생산이 차질을 빚고 있어 투자 계획에 제동이 걸리는 모습이다.

여기에 차량 반도체 공급난이 본격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국내 현대차·기아 공장이 잇따라 가동을 중단한 데 이어 현대차그룹의 가장 큰 해외 시장인 미국에서도 생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기아는 오는 27∼28일 반도체 부족으로 미국 조지아 공장의 가동을 중단한다. 지난 4월에도 이 공장은 반도체 부족으로 공장 가동을 이틀간 중단했었다.

기아 조지아 공장은 북미 전략 차종인 텔루라이드와 쏘렌토, K5 등을 생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 사태로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이 몇 번이나 멈춰 섰는데, 올해는 반도체 부족 사태가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장기 계획은커녕 한 달 단위 업무 계획을 운영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 조지아주에 있는 기아 생산 공장./기아 제공

정의선 회장이 올해를 대전환의 변곡점이라고 선언한 상황에서 글로벌 생산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전략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사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차량용 반도체가 전략용 물자로 바뀌면서 자동차 업체들이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아진 상황에서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 사태와 반도체 부족 여파로 생산 규모가 감소하는 것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함께 겪는 환경이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장기 전략을 짜는 기반이 되는 전망이 어렵다는 점은 문제"라며 "미국·유럽의 완성차 업체들이 외부 변수를 반영해 생산 전망과 경영 전략을 유연하게 수정해 대응하고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