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동조합이 “사측의 일방적으로 미국 시장에 8조4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계획에 반대한다”며 해외보다 국내 공장에 더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대차 노조는 17일 “해외공장 투자로 인한 조합원 불신이 큰 마당에 노조와 한마디 상의도 없이 사측이 천문학적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은 5만 조합원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냈다. 노조는 “친환경차, 모빌리티, 로보틱스,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산업이 격변하는데, 기술 선점과 고용 보장을 위한 새로운 노사가 관계가 필요하다”며 “사측이 해외 투자를 강행하면 노사 공존공생은 요원할 것”이라고도 했다.

현대차 노조가 지난 12일 울산 북구 현대차 문화회관에서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고 있다./현대차 노조 제공

노조 측은 “코로나 팬데믹 시대 부품 수급 등 해외 공장 문제점은 너무 많다”며 “품질력 기반 고부가가치 중심 국내 공장을 강화하고 4차 산업으로 인한 신산업을 국내 공장에 집중 투자하는 것이 살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가 간 관세 문제로 일정 정도 해외 공장 유지는 부정하지 않지만, 해외공장은 현재 수준으로 충분하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미 대통령 정상회담을 두고 준비한 선물용이라면 더 비판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 13일 미국 현지에서 전기차 생산에 나서는 등 올해부터 2025년까지 5년간 미국에 약 8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 측은 “미국 투자 계획과 관련해 노조와 협의할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노조가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올해 임금단체협약 교섭에서 미국 투자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노조는 지난 12∼14일 열린 임시 대의원대회에서 임금 9만9000원(정기·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성과금 30% 지급, 노령연금 수령 개시일이 도래하는 해의 전년도로 정년연장(최장 만 64세) 등을 내용으로 올해 요구안을 확정했다.

요구안에는 차세대 차종이나 친환경 차 관련 주요 부품을 개발, 생산할 때는 국내 공장 우선 배치를 원칙으로 하는 등 국내 일자리 유지 방안도 포함됐다. 노조는 이달 말 사측에 올해 임단협 교섭 상견례를 요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