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급난으로 아이오닉 5 생산 및 인도차질에 골머리를 앓는 현대자동차가 오래 대기하는 고객에게 충전비를 보조하기로 했다. 아이오닉 5의 대기 기간이 길어지면서 보조금을 받지 못할까 걱정하는 잠재 고객이 경쟁차량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다. 그러나 전기차 보조금에 비해 충전비 보조금액은 미미한 수준이라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사전예약 후 3개월(90일)이 넘어가도록 차량을 받지 못하는 고객에게 3개월 초과 하루 당 10㎞를 충전할 수 있는 요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사전예약 후 100일 되는 날에 차량을 인도받게 되면, 90일로부터 10일이 더 지났으므로 하루당 10㎞씩 총 100㎞를 충전할 수 있는 금액을 받게 된다. 아이오닉 5는 지난 2월 25일 사전계약을 시작해, 당일 사전예약을 한 고객은 25일 이후에 보조금을 받게 된다. 충전비용은 선불카드 또는 충전용 계정에 마일리지 형태로 지급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빠르게 소진되고 있는 전기차 보조금과 전기차 경쟁사 테슬라를 견제하려는 정책이다. 17일 기준 서울 지역 일반인 대상 전기차 보조금은 전체 공고대수 2534대 중 1893대가 소진됐다. 세종시는 전체 보조금 중 12%, 경기 고양시는 24% 정도가 남아있으며 경기 수원시는 보조금 지급 총량보다 접수대수가 더 많은 상황이다.
보조금 소진은 점점 빨라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완성차 업체들이 2분기 본격적으로 전기차 인도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2분기에 국내에 차량이 대량으로 입고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전체 보조금의 약 33%가 남아있는 성남시는 한 달 전까지만해도 65%가 남아있었다.
아이오닉 5는 출시 전부터 노사간 맨아워(한 사람이 한 시간에 하는 작업량) 조율, 반도체 수급난 등 각종 생산 제약을 겪었다. 현대모비스(012330)의 구동모터 공급 지연으로 지난달 7일부터 14일까지 아이오닉 5를 생산하는 울산 1공장의 가동을 멈추기도 했다. 지금까지 아이오닉 5의 출고대수는 200대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생산 정상화는 올 9월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아이오닉 5의 인도기간이 길어지다보니 차량을 예약했던 고객들은 경쟁 모델로 넘어가기도 한다. 전기차 보조금은 차량 등록 순서대로 지급되기 때문에 사전 예약을 걸었더라도 인도가 지연되면 보조금 수령 순서가 밀리거나, 보조금 소진시 못 받을 위험이 있다. 현대차의 이번 대책은 이같은 소비자의 마음을 붙잡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현대차는 아이오닉 5의 특정 옵션들을 제거하면 차량 출고 일정을 앞당길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고객들은 옵션을 제거하고 차량을 빨리 받아 보조금을 챙기거나 원하는 옵션을 다 넣고 보조금 소진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 충전비를 지급받을 수도 있게 됐다. 초기 계약한 아이오닉 5의 옵션을 변경할 수 있는 2차 컨버전은 이날부터 내일 오후 5시까지 진행된다.
다만 현대차가 인도 지연 차량에 대한 충전비를 지원해도 전기차 보조금 때문에 다른 수입 전기차로 갈아타는 소비자를 붙잡을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환경부가 공시한 공공급속충전기 기준 전기차 충전비용은 1kWh당 255.7원으로 사전계약 후 90일이 지나도록 차량을 인도받지 못한 고객은 한달 기준 만원 정도를 받게 된다.
반면 전기차 보조금은 차량과 지역에 따라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1000만원 이상 지원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아이오닉5 고객 서비스를 위한 여러가지 안을 검토중이며, 확정된것은 없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