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이 현대차(005380)기아(000270)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고객사를 다변화하는 '각개전투'에 나서고 있다. 현대모비스(012330)현대글로비스(086280)는 그동안 현대차와 기아가 만드는 완성차에 부품을 공급하고 부품과 완성차를 운송하는 물류 사업을 주력으로 수익을 내왔다. 그러다보니 현대차·기아의 상황에 따라 실적 편차가 크게 나타났고, 단일 물량에 의존해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고객사 다변화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전기차·자율주행차 중심으로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전환되는 상황에서 신사업에 뛰어들어 독자적인 성장 기회도 모색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대표 부품 계열사인 현대모비스가 현대차·기아를 제외한 글로벌 업체로부터 부품 계약을 수주한 금액은 2017년 12억달러에서 지난해 17억달러로 크게 증가했다. 코로나 확산의 여파로 지난해 일부 수주 일정이 지연·중단된 사례도 있었는데 전년보다 수주 금액이 증가했다. 올해는 해외 업체의 수주 규모가 29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울산공장에서 직원들이 서스펜션(충격흡수장치) 관련 부품 생산을 하고 있다./현대모비스 제공

현대모비스는 미국 오하이오주와 미시간주에 모듈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두 공장에서 누적 생산량은 지난해 기준 556만대를 넘었다. 현대모비스는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제너럴모터스(GM)를 주요 고객사로 뒀는데 글로벌 전기차 업체를 대상으로 핵심부품 수주를 확대하기 위해 마케팅 활동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술 진입장벽이 높은 유럽에서도 푸조시트로엥에 제품을 공급하고 일본에서는 미쯔비시와 스바루, 마쯔다에 LED 헤드램프, 리어램프 등을 공급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BYD에 전동식조향장치(MDPS)를, 길리기차에 사운드 시스템을 공급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그룹의 의존도를 낮추는 것에서 벗어나 자율주행 등 차내 소프트웨어 분야 경쟁력을 강화해 독자적인 사업에 나서겠다는 목표도 내놓았다. 정수경 현대모비스 기획부문장(부사장)은 최근 "캡티브 마켓(계열사의 내부 시장)에 대한 하드웨어 공급 중심의 사업자에서 글로벌 고객을 대상으로 한 플랫폼·시스템 제안자로서의 사업 모델을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차·기아에 엔진을 만들어 납품하는 현대위아(011210) 역시 중국과 유럽, 북미 완성차 업체와 엔진 납품 계약을 잇달아 체결했고, 변속기를 생산하는 현대트랜시스는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에 전기차 전용 시트를 공급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의 물류를 담당하기 위해 설립된 현대글로비스 역시 그룹 의존도를 계속 낮추고 있다. 글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완성차 물류 사업에서 현대차·기아를 제외한 매출 비중은 55%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현대글로비스가 해운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2010년(12%)과 비교해 비계열 매출 비중이 4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특히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 유럽 최대 완성차 업체인 폭스바겐그룹과 5년간 장기 해상 운송 계약을 맺었다. 유럽에서 생산해 중국에 수출하는 완성차를 해상으로 운송하는 것이다. 이는 해외 업체와 체결한 완성차 운송 계약 중 최대 규모다.

글로비스는 해운뿐 아니라 사업 전반에서 비계열 매출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중국과 유럽을 잇는 철도 운송 브랜드 ECT(Euro China Train)을 론칭하고 고부가가치 상품과 완성차 등을 실어나르기로 했다. 지난 1월에는 독일에 전략 거점을 개설하고 항공 화물 사업 확대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글로비스는 자율주행 로봇을 활용한 물류 신사업에도 나서고 있다.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로봇을 상용화해 소비자에게 물건을 전달하는 마지막 구간, 이른바 '라스트 마일(Last Mile)'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계열사들이 해외 매출을 확대해 실적 기반을 튼튼히 다지면 그룹 안정화에도 도움이 된다"며 "의존도를 줄여 독자적으로 사업을 확대하려는 노력은 앞으로 더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