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의 럭셔리 플래그십(브랜드 최상위 차종) 세단 S클래스가 8년 만에 새로운 모습(풀체인지)으로 돌아왔다. “최고가 아니면 만들지 않는다”라는 철학으로 1951년 처음 선보인 S클래스의 7세대 모델이다. ‘더 뉴 S클래스’는 지난해 9월 독일 진델핑겐에서 문을 연 최첨단 생산기지 ‘팩토리56’에서 생산됐는데, 내·외관 디자인은 물론 주행을 돕는 차내 소프트웨어도 상당한 수준의 업그레이드가 이뤄졌다.
크롬으로 둘러싸인 전면 라디에이터와 대형 공기 흡입구는 최상위 고급 세단으로써 S클래스의 위상을 그대로 드러낸다. 더 뉴 S클래스는 짧은 프런트 오버행, 긴 휠베이스, 균형 잡힌 후방 오버행으로 안정적인 비율을 자랑한다. 클래식 세단의 정석을 보여준다는 느낌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언더바디, 휠, 사이드미러에 이르기까지 공기 흐름을 개선하는 섬세한 노력을 통해 공기역학적으로도 최적화된 디자인을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새로 적용된 플러시 도어 핸들 덕분에 외관 디자인은 훨씬 유려하다. 운전자가 다가가거나 도어 핸들 표면을 살짝 만지면 손잡이가 돌출돼 문을 열 수 있다.
디젤 엔진을 장착한 ‘더 뉴 S 400d 4매틱’과 사륜 구동에 가솔린 엔진으로 달리는 ‘더 뉴 S 580 4매틱’ 두 가지 모델을 시승했다. 400d는 직접 운전하고 580은 뒷좌석에 탑승했다. 경기도 기흥에 있는 메르세데스-벤츠 트레이닝 아카데미에서 출발해 충남 아산에 도착하는 77㎞ 구간을 왕복했다.
더 뉴 S클래스의 뒷좌석은 성인 남성이 반쯤 누울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하다. 실내 공간을 결정하는 휠베이스가 전 세대 모델보다 51 늘어난 3216mm로, 제네시스 G90(3160)보다 더 넓다. 좌석 시트는 물론 손이 닿는 모든 곳에 나파 가죽이, 루프 라이닝과 선 블라인드에는 다이나미카 극세사가 적용돼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뒷좌석 오른쪽에 있는 쇼퍼모드 버튼을 누르면 앞 좌석 헤드레스트가 접히고 등받이가 앞으로 기울어져 상당한 공간이 확보된다. 발 받침대가 올라오고 뒷좌석 시트는 20~30도 정도 뒤로 젖혀지는데, 항공기 비즈니스 클래스를 탄 것 같았다. 더 뉴 S 580 4매틱에는 뒷좌석 에어백이 기본 탑재됐다.
정면에는 11.6인치 풀 HD 터치스크린이 자리 잡고 있고, 좌석 중간에는 7인치 태블릿이 있다. 2세대 MBUX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탑재돼 뒷좌석에서도 내비게이션을 통해 주행 경로를 파악할 수 있고, 테더링을 통해 인터넷 작업을 할 수 있다. 이동 중 웬만한 사무 업무를 처리하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을 것 같았다.
높은 방지턱을 넘거나 곡선 구간을 지날 때 주행감도 편안했다. 기본 탑재된 에어매틱(AIRMATIC) 서스펜션 덕분에 노면이 고르지 못한 도로에서도 승차감이 좋았다. 어댑티브 댐핑 시스템은 불규칙한 노면에 민감하게 반응해 각 휠을 개별로 통제해 편안하고 안정적인 주행을 가능하게 한다. 정교한 센서를 바탕으로 한 셀프 레벨링 기능은 운전자가 속도를 높이거나 여러 번 변속하며 주행할 때 차체를 자동으로 낮춰 탑승자 자세를 보다 안정적으로 유지해 준다. 또 선택 옵션인 리어-액슬 스티어링 기능은 시속 60㎞ 이하에서는 뒷바퀴가 최대 10도까지 움직여 회전 구간을 부드럽게 빠져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옵션은 주차 시에도 운전자 편의를 크게 높여준다.
더 뉴 S 580 4매틱은 V형 8기통 가솔린 엔진 M176이 탑재됐다. 이너-V에 위치한 두 개의 터보차저와 2세대 통합 스타터 제너레이터, 지능형 실린더 차단 기능을 통한 체계적인 전동화 기술이 더해져 최고 출력 503마력, 최대 토크 71.4 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수입 브랜드의 고성능 모델이 내는 수준이다. 육중한 몸집을 가진 세단임에도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속도를 끌어올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4.4초에 불과하다.
더 뉴 S 400d 4매틱은 직접 운전해 봤다. 전면부 라디에이터 그릴 하단부와 휠을 통해 스포티한 느낌이 강조된 400d 모델은 메르세데스-벤츠의 고성능 브랜드 AMG 라인의 외장 패키지가 곳곳에 적용돼, 580보다 젊은 감각이 읽힌다. 운전석에 앉자 정면에 있는 3D 대형 디스플레이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고개를 돌릴 때마다 계기반이 운전자의 시선을 따라 움직였는데, 내장된 카메라가 운전자의 집중도를 파악해 안전 운전을 돕는다고 한다.
더 뉴 S 400 d 4매틱에는 3.0리터 6기통 디젤 엔진을 탑재돼 최고 출력 330마력, 최대 토크 71.4kg.m를 발휘한다. 이제 막 출고된 신차로 아직 길들여지지 않은 덕분인지 가속 페달은 매우 단단했다. 그럼에도 육중한 차체를 끌고 가는 느낌보다는 치고 나간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민첩하게 속도가 붙었다.
고속도로에 진입하고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회전 구간을 통과하거나 곡선 구간을 지날 때 주행감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쏠림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하고 먼저 몸을 기울였지만, 직선 구간을 지나는 것과 큰 차이가 없었다.
더 뉴 S-클래스 전 라인업에는 최첨단 주행 보조 시스템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가 기본 탑재됐다. 카메라와 레이더, 초음파 등 주변을 기록하는 다양한 센서가 작동해 사각지대를 크게 줄였다. 액티브 차선 이탈방지 어시스트의 경우 이전에는 브레이크를 제어해 차선을 유지했지만, 더 뉴 S클래스에는 스티어링 휠 제어를 통해 차선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전방 측면 사각지대에서 주행 중인 차량과 자전거, 보행자까지 감지할 수 있는 액티브 사각지대 어시스트도 탑재됐다.
더 뉴 S 580 4매틱 가격은 2억1860만원(개별소비세 인하분 반영, 부가세 포함), 복합연비는 7.9㎞/ℓ다. 더 뉴 S 400d 4매틱은 1억6060만원이고, 복합연비는 11.4㎞/ℓ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