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 아이들을 앉히려고 하는데 2열 열선을 빼라니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의 여파를 맞고 있는 현대차(005380)그룹이 ‘옵션 빼기' 카드를 빼들었다. 일부 옵션을 제외할 경우 구매 고객에게 좀 더 빨리 차를 인도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일찍 차를 받으려면 인기 있는 옵션들을 빼야해 소비자들 사이에서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이번에 옵션에서 제외하면 나중에 추가하기가 어렵다.

현대자동차가 23일 아이오닉 브랜드의 첫 전기차 '아이오닉 5'를 최초 공개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아이오닉 5 계약 고객들에게 몇 가지 옵션 사항을 제외할 경우 빠르면 이달 안으로 출고를 앞당길 수 있다고 안내했다. 공개된 옵션은 4륜구동(AWD), 컴포트 플러스, 파킹어시스트, 프레스티지 초이스 등이다. 현대차는 다음주 중으로 2차 컨버전(주문 차량의 옵션을 변경 주문하는 것)을 완료하고 생산 계획 및 출고 일자를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오닉 5는 대내외적 상황으로 출시 및 인도 일자가 계속 늦어졌다. 지난 2월에 사전예약을 개시했던 아이오닉 5는 3월 양산 시작 전 현대차 노사간 맨아워(숙련자가 한시간동안 할 수 있는 작업분량) 조정으로 지체됐고, 구동 모터 생산 설비 문제 등으로 지난달 기존 목표 생산량이 4분의1로 감축됐다. 지금은 반도체 공급난으로 소비자들이 기존에 선택했던 옵션을 취소해야 상반기 안에 인도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게 한 옵션은 ‘컴포트 플러스'다. 컴포트 플러스는 뒷좌석 시트의 열선과 창문에 부착되는 수동식 커튼, 2열의 전동 슬라이딩 시트 등 2열 탑승객에게 편리한 선택 품목들로 구성돼있다. 또 차량 뒷문 개폐 여부와 뒷좌석 승객 탑승 유무를 판단해 경고 메시지와 알림을 보내는 기능과 시트의 위치나 각도를 맞춰둘 수 있는 전 좌석 메모리 시트 기능도 함께 포함돼 있다.

업계에 따르면 컴포트 플러스 옵션 선택시 관련 재고가 부족해 최소 7월 이후 아이오닉 5를 인도받을 수 있게 된다. 아이오닉 5는 차체 대비 내부공간이 넓고 차량 배터리를 다른 기기 충전에 활용할 수 있는 V2L 등 다양한 기능으로 출시 전부터 패밀리카로 좋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컴포트 플러스를 빼면 2열에 타는 가족 구성원에게 필요한 기능들이 대거 빠지게 된다.

파킹 어시스트도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옵션 중 하나다. 파킹 어시스트는 주차 구획선과 주변공간을 인식해 추돌을 방지하는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기능과 ▲후측방 모니터 ▲서라운드 뷰 모니터 ▲후방 주차 충돌방지 보조 등 주행과 주차시 유용하게 사용되는 기능을 포함하고 있다.

현대차 아이오닉 5.

옵션과 인도일을 두고 소비자들은 진퇴양난에 빠졌다. 현대차에 따르면 사전 예약한 소비자가 옵션을 제외하면 2개월 내 납기를 보장하지만, 기존 계약사항을 고수하는 경우에는 납기 일정이 불투명하다. 인도일이 늦어지면 단순히 차 사용이 불편할 뿐만 아니라 전기차 보조금을 받지 못할 우려가 있다. 특히 2분기에 테슬라가 대거 인도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은 기존에 기대했던 기능들을 포기하거나 전기차 보조금을 포기해야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각자에게 필요한 옵션은 두고 기아처럼 기본 사양을 ‘마이너스 옵션'으로 뺄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도 나온다. 기아는 지난달 30일부터 공식적으로 마이너스 옵션을 내놓은 상태다. 예컨대 기아 카니발은 노블레스 이상 트림의 기본 옵션인 ‘스마트 파워 테일게이트’ 기능을 넣지 않으면 40만원을 깎아주고 인도일이 빨라진다. 파워 테일게이트는 양손 가득 짐을 들고 옮길 때 자동으로 트렁크를 여닫는 기능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부족한 반도체 소자가 정해져 있어서 제시된 옵션 외에 다른 옵션을 대신 빼서 인도 일정을 앞당기는 것은 어렵다”며 “아직까지 마이너스 옵션은 고려되지 않고 있으며 기존 계약 고객이 해당 옵션을 선택 제외하면 약 2개월 내로 출고 가능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