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올해부터 전기차를 대거 쏟아내는 가운데 하이브리드차(H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외부 전력을 연결해 배터리 재충전이 가능한 하이브리드 차량) 인기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친환경차에 관심을 갖는 소비자들이 아직 충전 인프라가 부족한 전기차를 구매하기보다는 내연기관과 전기모터의 장점을 함께 살릴 수 있는 차량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메르세데스 벤츠 S 500 4MATIC./메르세데스 벤츠 제공

29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전 세계 시장에서 HEV, PHEV 판매량은 2017년 242만2536대에서 2020년 319만2129대로 31.8% 증가했다. 한국 시장에선 같은 기간 8만4953대에서 14만5770대로 71.6% 늘었다.

올 1분기(1~3월) 한국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의 판매량은 5만3901대로 전년 같은 기간 2만2999대 대비 134.4% 급증했다. 이 기간 국내 자동차 업체의 하이브리드·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판매량은 1만8367대에서 3만4335대로, 수입차 업체는 4632대에서 1만9566대로 증가했다. 국내외 브랜드 상관없이 큰 폭으로 판매가 확대된 것이다.

그래픽=정다운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전기차·수소차 시대로 가기 위한 전 단계라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전기차·수소차 시대가 오더라도 이들 차량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소비자들의 다양한 수요를 맞추려면 자동차 업체들이 여러가지 차량을 선보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소비자들 입장에선 아직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편리하게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연비가 좋고 도심 주행이 편리한 하이브리드차가 매력적일 수 밖에 없다. 충전 인프라가 잘 구비돼 있는 곳에서는 전기차를 이용하는 것이 크게 불편하지 않지만,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하이브리드차가 적합하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 투싼 하이브리드 주행 영상./현대자동차 제공

특히 내연기관의 감성을 느끼고 싶어하는 소비자는 하이브리드 중에서도 보다 작은 배터리가 탑재된 마일드 하이브리드를 선호하고, 외곽 지역에서 도심으로 출퇴근하는 사람의 경우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선호한다. 이처럼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려면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 또는 수소차만 생산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하이브리드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 가격은 일반 내연기관차보다 수백만원 이상 비싸지만 전기차와는 가격 차이가 크지 않고 내연기관차보다는 연비가 뛰어나다. 특히 국내에서 하이브리드차를 구매할 땐 개별소비세 143만원과 취득세 40만원 면제를 받을 수 있고 공영주차장 이용 요금도 할인된다. 혼잡통행료도 면제되는 등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랜저 하이브리드./현대자동차 제공

국산차 중에서는 기아 쏘렌토 하이브리드와 그랜저 하이브리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 기아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올 1~3월에 1만190대가 팔렸다. 출시 후 친환경차 기준을 달성하지 못해 세제혜택을 받을 수 없었는데, 올 들어 인증 문제가 해결되면서 월 평균 판매량이 2000대 수준에서 3000대 수준으로 올랐다.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같은 기간 7274대가 판매됐다. 2020년에는 3만8989대, 2019년에는 2만9412대가 판매돼 2년 연속 국내 하이브리드차 최다 판매를 기록하기도 했다. 투싼 하이브리드도 올 1~3월에 5583대가 판매됐다.

렉서스 ES300h./렉서스 제공

수입차 중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 E350 4MATIC, 렉서스 ES300h, BMW 530e 등이 많이 팔렸다. 이들 차량은 올 1~3월에 각각 1924대, 1289대, 933대가 판매됐다.

렉서스 ES300h는 2017년 6월 월간 판매 기준 하이브리드차로는 처음으로 수입차 최다 판매를 기록하기도 했다. 렉서스와 도요타는 국내에서 전체 라인업의 98%를 하이브리드로 채우고 있다. 도요타는 1997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하이브리드차를 상용화한 브랜드로, 첫 모델인 프리우스는 출시 11년만에 누계 판매 100만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BMW 530e./BMW 제공

BMW는 거의 모든 라인업에 마일드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갖추고 있다. 벤츠는 세단의 경우 C클래스, E클래스, S클래스, 스포츠유틸리티차(SUV)는 GLC에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모델이 있다. 올해는 SUV인 GLE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할 예정이며, 이날 출시된 플래그십 세단 S클래스에는 마일드 하이브리드 모델(S클래스 500 4MATIC)을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