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이 지난 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월드투어 '아리랑' 공연을 펼치고 있다. /하이브 제공

방탄소년단(BTS)은 지난 6일 북미 투어를 마쳤다. 31회 공연이 모두 매진됐고, 지난 5월 라스베이거스 4회 공연에서만 티켓 매출 4950만달러(약 660억원)를 올렸다.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BTS의 힘을 보여주는 숫자다. 국내에서도 BTS가 공연을 열면 팬들의 발길을 따라 외식·숙박 등 주변 소비가 움직인다. 이른바 'BTS노믹스'다.

BTS의 성공 뒤에는 이들을 발굴하고 성장시킨 하이브(352820)가 있다. 하이브는 BTS를 키우는 과정에서 아티스트 발굴·육성부터 음악 제작, 콘텐츠, 프로모션, 팬덤 관리까지 엔터 사업 전반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구축했다.

이재상 하이브 대표는 이를 'K-팝 어프로치(approach)'라고 설명했다. 팬 참여를 바탕으로 아티스트 지원과 창작, 프로모션, 팬 커뮤니티를 하나로 연결하고, 이 시스템을 BTS 소속 레이블 빅히트뮤직 뿐 아니라 국내외 다른 레이블에도 적용해 시장에 맞게 현지화하는 방식이다.

SM·YG·JYP가 K팝을 세계에 알리며 'K팝 1.0' 시대를 열었다면, 하이브는 K팝을 만드는 방식 자체를 해외로 확장하는 'K팝 2.0'을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다. 2005년 방시혁 의장이 설립한 하이브는 이제 국내 3대 기획사 중심의 시장을 넘어 글로벌 엔터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매출은 2조65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조선비즈가 하이브의 성장 비결을 분석했다.

①레이블은 나누고, 전문성은 높이고

하이브는 아티스트를 한 회사에 몰아넣는 대신 레이블을 나눴다. 기존 엔터 기업이 하나의 조직에서 여러 가수를 발굴하고 관리하는 방식이었다면, 하이브는 레이블별로 소수의 아티스트에 집중하도록 했다. 레이블마다 음악과 제작, 매니지먼트 역량을 쌓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빅히트뮤직, 플레디스엔터, 쏘스뮤직, 빌리프랩, 어도어 등이 대표적이다. 각 레이블은 독립성과 자율성을 바탕으로 고유한 색깔을 유지하면서 아티스트를 육성한다.

효과는 아티스트 포트폴리오에서 나타났다. BTS가 글로벌 톱스타로 성장하는 사이 세븐틴(플레디스엔터), 르세라핌(쏘스뮤직), 엔하이픈(빌리프랩) 등이 새로운 성장축으로 자리 잡았다. 동시에 한 팀의 활동 여부가 회사 전체 실적을 좌우하는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이브는 이 과정에서 아티스트 발굴부터 트레이닝, 데뷔, 콘텐츠 제작, 공연, 팬덤 형성까지의 과정을 시스템화했다. 레이블은 아티스트에 집중하고, 하이브는 여러 레이블을 통해 이 시스템을 반복해서 작동시키는 구조다.

②'멀티 홈' 전략…현지서 아티스트 키운다

하이브의 미국 아이돌그룹 '캣츠아이'. /하이브 제공

하이브는 해외를 단순한 콘텐츠 판매처로 보지 않는다. 현지에 직접 거점을 만들고 아티스트를 발굴·육성한다. K팝의 제작·트레이닝 시스템에 현지 문화와 음악을 결합하는 '멀티 홈·멀티 장르' 전략이다. 하이브는 해외 현지 법인을 '홈'이라고 부른다. 현재 한국을 비롯해 미국, 중남미, 일본, 중국, 인도 등에 16개 레이블을 운영하고 있다.

이 전략의 대표 사례가 미국에서 탄생한 캣츠아이다. 하이브는 미국 유니버설뮤직그룹 산하 게펜레코드와 합작 레이블을 설립하고, 캣츠아이 오디션부터 트레이닝, 음반 제작, 매니지먼트까지 진행했다. 2022년 약 12만명의 지원자 가운데 멤버를 선발해 1년 이상 트레이닝했다. 캣츠아이는 K팝식 시스템을 적용하면서도 현지 시장에 맞는 음악을 선보였다. 2024년 데뷔 후 빌보드 '핫 100'에 진입했고, 올해 그래미 어워드 후보에도 올랐다.

하이브는 일본에선 산하 레이블 YX레이블즈를 통해 보이그룹 앤팀을 선보이며 성과를 내고 있다. 인도 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해 하이브 인디아를 설립한 데 이어, 올 3월 인도에서 처음으로 글로벌 걸그룹 오디션을 열고 현지 아티스트 발굴하고 있다.

성과는 매출 구조에서 확인된다. 지난해 하이브 전체 매출 가운데 국내 비중은 36.2%에 그쳤다. 아시아가 34.3%, 북미가 25.2%, 기타 지역이 4.3%를 차지했다. 기존 K팝이 한국에서 아티스트를 키워 해외에 수출하는 방식이었다면, 하이브는 현지에서 아티스트를 직접 발굴·육성하는 방식으로 세계화에 나서고 있다.

③팬덤을 플랫폼으로 묶다

'위버스'는 아티스트와 팬의 소통 공간에서 출발해 글로벌 팬 플랫폼으로 영역을 넓혔다. 2019년 출범한 위버스는 현재 커뮤니티를 넘어 콘텐츠, 팬클럽, 상품 판매, 디지털 유료 서비스 등을 연결하고 있다. BTS 등 하이브 아티스트뿐 아니라 아리아나 그란데, 요아소비, 라우브, 코난 그레이 등 해외 아티스트도 합류했다.

위버스의 경쟁력은 팬덤 데이터다. 팬이 어떤 콘텐츠를 보고 어떤 상품을 구매하는지, 어느 지역에서 활동하는지 등을 플랫폼 안에서 파악할 수 있다. 이렇게 축적한 데이터는 콘텐츠 기획과 상품 개발, 마케팅에 다시 활용된다.

하이브의 사업 구조도 이와 맞물려 돌아간다. '아티스트 육성→팬덤 구축→팬덤 데이터 확보→콘텐츠 기획'으로 이어지는 순환 구조다. 아티스트가 팬덤을 만들고 팬덤이 플랫폼으로 모이면, 축적된 데이터가 다시 콘텐츠와 사업을 키우는 기반이 된다.

위버스의 지난해 매출은 약 3000억원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하이브는 음악과 공연 중심의 엔터 사업에 플랫폼을 결합해 아티스트 IP와 팬덤을 연결하고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하이브의 리스크도 있다. 멀티 레이블 체제는 자율성이 장점인 만큼 본사와 레이블 사이의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뉴진스를 키운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 하이브의 분쟁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한 방시혁 의장은 2020년 하이브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하이브의 멀티 레이블·멀티 홈 시스템이 K팝의 세계화를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아직 완성된 시스템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민희진 전 대표와의 분쟁 등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만큼 이를 고도화하면서 성장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