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찾은 부산 영도 모모스커피 매장(사진 오른쪽). 창고를 리모델링해 구성한 약 1818㎡ 규모의 매장 외벽에 부산 출신 구현주 작가의 벽화가 그려져 있다. 매장 바로 옆으로는 선박과 수리 장비가 늘어서 있어 영도의 항구 풍경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박용선 기자

지난달 18일 부산 남부에 있는 섬 영도(影島)의 '모모스커피' 매장. 바다 냄새와 갓 볶은 커피 향이 차례로 코끝을 스쳤다. 매장 앞 물양장에는 크고 작은 배들이 나란히 정박해 있었고, 그 너머로 부산대교가 한눈에 들어왔다. 바다와 선박, 도시의 풍경이 커피 한 잔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평일 오후 2시가 넘은 시간이었지만 약 1818㎡(550평) 규모의 매장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20~30대 연인부터 아이와 함께 온 가족, 대만과 미국 등에서 찾아온 해외 관광객까지 다양했다. 창고를 고쳐 만든 매장은 바다를 향해 시원하게 열려 있었다. 가운데에는 커피를 만드는 '바'가 자리했고, 바리스타들은 손님들 앞에서 원두를 갈고 커피를 내렸다. 커피를 만드는 사람과 마시는 사람이 한 공간에서 어울렸다.

생두를 볶아 원두를 생산하는 로스터리 공간과 품질 연구를 위한 랩실, 생두 수입 등 해외 업무를 맡는 사무공간도 투명한 유리 너머로 훤히 보였다. 커피를 '파는' 곳이라기보다 커피가 만들어지고, 연구되고, 고객에게 건너가는 과정을 통째로 보여주는 공간에 가까웠다.

전주연 모모스커피 대표는 "가장 부산스러운 풍광을 지닌 섬 영도에서 커피를 만들고 즐기는 문화를 나누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부산 영도 모모스커피 매장. 생두를 볶는 '로스터리'와 커피를 만드는 '바'가 한 공간에 있다. 커피를 파는 곳을 넘어, 한 잔이 만들어지고 고객에게 건너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공간에 가까웠다. /모모스커피 제공

모모스커피는 영도점을 비롯해 부산 금정구 온천장 본점, 해운대구 마린시티점, 수영구 도모헌점 등 부산에서만 4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320억원, 순이익은 40억원을 기록했다. 한 해 부산의 모모스커피 매장을 찾는 고객만 100만명이 넘는다.

모모스커피의 성장 배경에는 '품질'을 향한 집요한 투자가 있다. 모모스커피는 이현기 창업자와 전주연 대표 등 부산 토박이 4명이 2007년 부산 금정구 온천장에 문을 연 4평짜리 테이크아웃 매장에서 출발했다.

변곡점은 2009년이었다. 미국 스페셜티커피 박람회에 참석한 것을 계기로 스페셜티커피에 본격 뛰어들었다. 이후 자체 랩실에서 커피를 끊임없이 연구했고, 아시아와 중남미, 아프리카 등 15개국에서 생두를 직접 들여와 커피를 개발하고 판매하는 체계를 갖췄다. 단일 원두가 가진 개성을 살리는 데 그치지 않고 2~3종의 원두를 조합한 블렌딩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세계 무대에서 거둔 성과도 모모스커피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다. 전 대표는 2009년부터 바리스타 대회에 꾸준히 도전했고, 2019년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제20회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했다. 오랜 시간 이어온 대회 도전과 커피 품질에 대한 투자가 모모스커피의 이름을 부산을 넘어 국내, 나아가 세계에 알린 것이다.

온라인 사업 확대도 성장의 한 축이 됐다. 모모스커피는 2023년 온라인 사업을 본격화했고, 현재 전체 매출의 40%가 온라인에서 나온다.

그래픽=손민균

조직 규모도 커졌다. 창업 당시 4명이었던 모모스커피의 직원은 현재 183명으로 늘었고, 이 가운데 바리스타만 60명이 넘는다. 특히 전체 직원의 약 60%가 부산 외 지역에서 모모스커피에서 일하기 위해 부산으로 온 사람들이다. 부산에서 시작한 작은 커피숍이 이제는 외부 인력을 부산으로 끌어들이는 브랜드로 성장한 셈이다.

모모스커피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지역과 호흡하며 성장한다는 점이다. 모모스커피는 일반적인 카페보다 이른 오후 6시에 매장 문을 닫는다. 주말에도 일해야 하는 직원들이 저녁만큼은 가족과 함께하거나 자신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영업이 끝나면 매장은 또 한 번 변신한다. 모모스커피는 2021년부터 포럼과 시 낭송회, 독서 모임, 디자인 브랜드 행사 등 다양한 지역 프로그램을 열고 있다. 낮에는 커피를 즐기는 공간이었다면, 저녁에는 문화와 사람이 모이는 공간으로 바뀐다. 커피를 마시기 위해 찾았던 사람들이 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다시 공간을 찾고, 그 과정에서 사람과 지역이 연결되는 구조다.

전 대표는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물론 지역의 문화예술인, 주민들이 함께 모여 즐길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도점은 모모스커피가 추구하는 방향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공간이다. 한때 사람들이 떠나는 곳으로 여겨졌던 영도에 이제는 모모스커피를 찾기 위해 부산을 찾고, 영도를 찾는 사람들이 생겼다. 매장 하나가 커피를 소비하는 공간을 넘어 사람과 일자리를 모으고, 문화와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지역의 '앵커'로 자리 잡은 것이다.

모모스커피는 중장기적으로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 진출 계획은 없다. 전 대표는 "부산과 모모스커피를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재미있는 일을 검토,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에 뿌리를 내린 모모스커피가 이제 세계 시장을 향한 다음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