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36년을 맞은 중견 상조기업 보람그룹이 전환기에 섰다. 장례 서비스를 중심으로 성장한 기존 사업의 수익성이 둔화된 데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까지 겹치면서 경영 체질 개선이 과제로 떠올랐다. 창업주의 두 아들이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2세 경영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보람그룹은 창업주 최철홍 회장이 이끌고 있다. 최 회장의 장남 최요엘 전무는 그룹의 핵심 사업인 장례 부문을, 차남 최요한 상무는 신사업과 전략 부문을 맡고 있다.

보람그룹은 1991년 설립된 보람상조개발을 모태로 성장했다. 보람상조개발을 비롯해 보람상조라이프, 보람상조피플, 보람상조리더스, 보람상조플러스 등 7개 상조 계열사를 중심으로 대면·전화 영업 등을 통해 일반 고객과 기업 등 다양한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가입 고객에게 받은 선수금은 1조6569억원에 달한다. 상조기업은 가입 고객에게 선수금을 받고, 미래 장례 서비스를 준비한다.

◇수익성 악화, 고객 신뢰 회복 과제

보람그룹이 직면한 과제 중 하나는 고객 신뢰 회복이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 5월 보람상조개발 등 보람그룹 계열사의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해 과징금 5억3100만원과 과태료 1140만원을 부과했다.

앞서 보람그룹에서는 2024년 5월 회원과 상담 신청자 등 7000여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조사 결과 보람상조개발은 유출 사실을 인지하고도 법정 통지 기한인 72시간을 넘겨 정보주체에게 알렸고, 보관 기간이 지난 개인정보를 파기하지 않은 사실도 확인됐다.

그래픽=정서희

상조업은 고객과 장기간 계약을 유지하는 만큼 신뢰가 사업 경쟁력과 직결된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기업 이미지뿐 아니라 신규 고객 확보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수익성 개선 역시 과제다. 보람그룹의 핵심 상조기업인 보람상조개발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45억원으로 전년보다 44% 감소했다. 다른 상조 계열사도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영업손실 규모를 보면 보람상조라이프 91억원, 보람상조피플 52억원, 보람상조애니콜 48억원, 보람상조실로암 2억원이었다.

7개 상조법인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현재 구조에서 각 법인의 수익성을 높이고 중복 비용을 줄이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람그룹이 돌파구로 내세운 것은 상조기업에서 '라이프 큐레이터'로의 전환이다. 장례라는 특정 생애 이벤트에 집중했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고객의 생애 전반에 필요한 서비스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보람그룹은 여행과 웨딩을 비롯해 교육, 헬스케어 등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확대하는 한편 반려동물 전용 상조 서비스 '스카이펫'도 선보였다. 장례와 추모 영역에서는 생체보석 브랜드 비아젬과 펫츠비아 등을 통해 장례 이후의 추모 서비스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건강관리 분야에서도 사업 외연을 넓히고 있다. 천연물 식의약품 소재 연구개발 전문 계열사 보람바이오는 건강기능식품 연구개발 등을 통해 기존 장례·추모 중심의 사업 영역을 생전 건강관리 분야까지 확대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두 아들 경영 전면에…2세 승계 속도

보람그룹의 사업 전환과 함께 지배구조와 경영 승계에도 관심이 쏠린다. 보람그룹의 지배구조 중심에는 보람상조개발이 있다. 보람상조개발은 보람상조리더스와 보람상조실로암 지분을 각각 100% 보유하고 있다. 보람카네기와 보람컨벤션 지분도 각각 100% 보유하고 있어 그룹 내 주요 사업을 연결하는 사업형 지주회사에 가까운 역할을 하고 있다.

최 회장은 보람상조개발 지분 약 70%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고, 장남 최요엘 전무와 차남 최요한 상무가 각각 약 15%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보람상조라이프 지분 100%도 보유하고 있다.

향후 7개 상조법인을 어떤 방식으로 효율화할지가 핵심이다. 각 법인의 고객군과 영업조직을 유지하면서 전문성을 강화할지, 중복 기능을 통합해 그룹 차원의 효율성을 높일지에 따라 사업 운영과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2세 경영이 본격화하면서 최요엘 전무, 최요한 상무의 역할 분담이 향후 그룹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상조업계 한 관계자는 "장례 서비스와 연계한 보람그룹의 사업 전환이 2세 승계와 맞물려 진행되는 만큼 최요엘 전무와 최요한 상무가 기존 사업의 효율화와 신사업 발굴을 얼마나 성과로 이어가느냐가 향후 그룹의 10년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