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대전 중구 은행동 성심당 본점 앞. 가을 문턱에 들어섰지만 거리의 열기는 좀처럼 식지 않았다. 본점 뒤편 골목부터 입장을 기다리는 손님들은 직원의 안내에 따라 분주히 움직였다. 손님들은 차례로 매장 안으로 들어갔고, 빵을 고른 사람들은 '성심당'이 적힌 봉투를 들고 밖으로 빠져나왔다.

성심당을 찾은 사람들은 빵을 산 뒤 곧바로 대전을 떠나지 않는다. 인근 카페에 들어가거나 중앙시장과 대흥동을 둘러보고, 다른 대전의 즐길 거리를 찾아 발걸음을 옮긴다. 성심당 방문이 대전 관광과 소비로 이어지는 모습. 한 지역 브랜드가 주변 상권과 관광, 숙박, 고용으로 번지는 '성심당노믹스'의 현장이다.

13일 대전 중구에 있는 성심당 본점에 입장하기 위해 손님들이 줄을 서고 있다./대전=홍인석

올해 창립 70주년을 맞은 성심당은 대전을 벗어나 전국으로 점포를 넓히는 대신 지역에 머물고 있다. 본점과 대전역점, 롯데백화점 대전점 등 매장도 대전 안에서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도 전국에서 손님이 찾아오는 '목적지형 브랜드'로 성장했다.

성심당을 대전의 빵집에서 전국구 브랜드로 끌어올린 주역은 '딸기시루' 케이크였다. 2023년 1월 말 출시된 딸기시루 케이크가 소셜미디어(SNS)를 타고 관심을 끌었다. 풍성한 딸기와 합리적인 가격으로 화제가 됐다. 케이크 위에 딸기를 얹는 수준을 넘어 층층이 딸기를 채운 모습이 사진과 영상이 퍼지면서 전국에 '성심당'을 각인시켰다.

박삼화 성심당 경영혁신본부 상무는 "딸기시루가 등장한 이후 손님들이 줄을 서는 모습을 보고 내부에서도 놀랐다"며 "가성비와 품질에 대한 평가가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13일 대전 서구에 있는 성심당 롯데백화점 대전점에서 손님들이 빵을 고르고 있다./대전=홍인석

주말이면 파급 효과는 뚜렷해진다.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성심당 본점이 자리한 중구 일대 숙박 시설은 객실을 구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한다. 인근에서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성심당에 온 김에 하루, 이틀 머물면서 다른 관광지를 가는 사람도 많아졌다"며 "관광객 수나 체류 시간이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성심당을 찾는 발길이 늘수록 일자리도 불어났다. 계약직 등을 포함해 현재 직원은 약 1900명에 이른다. 딸기시루가 화제가 되기 전 1200명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약 3년 만에 직원 수가 700명가량 늘었다. 롯데백화점 대전점에 있는 성심당 직원 수만 200명에 달한다. 직원 중 상당수는 다른 지역 출신이다. 특성화고 실습생을 비롯한 청년들이 성심당에 취업하면서 대전 지역 주민으로 정착했다.

13일 대전 중구에 있는 성심당문화원에 대표 상품인 '튀김소보로'를 본뜬 '튀소 비누' 제품이 진열돼 있다./대전=홍인석

성심당의 경제적 영향은 도심 상권을 넘어 다른 지역의 산지로도 확산하고 있다. 인근 카페들은 성심당 영수증을 가져온 고객에게 빵을 먹을 수 있도록 식기류를 제공해 지역 상권으로 유도하고 있다. 상생은 원재료 공급망에도 뻗어 있다. 성심당은 케이크와 빵에 사용하는 귤과 무화과 등을 제주 농협과 전남 무안의 협동조합 등에서 공급받고 있다.

박 상무는 "지역 기업과 국내 산지에서 원료를 공급받아 신선한 제품을 내놓는 것이 성심당이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마케팅"이라고 설명했다.

13일 대전 서구 성심당 롯데백화점 대전점에 있는 로봇 팔이 '튀김소보로' 빵 반죽을 옮기고 있다./대전=홍인석

성심당은 롯데백화점에 있는 지점에 최근 대표 메뉴인 '튀김소보로' 제조 공정에 인공지능(AI) 로봇 팔을 도입했다. 고온의 기름을 다루는 직원들의 작업 환경을 개선하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새로운 기술도 도입하며 지역 브랜드의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다지고 있다.

박 상무는 "어떤 작업에 투입될지 모르겠지만 새로운 로봇 팔을 도입하기 위한 업무가 현재 진행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감사한 마음으로 좋은 품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