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열기가 이어지면서 실제 적용할 산업과 고객을 확보했는지가 기업 가치를 가르는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높은 기술력을 확보했더라도 사용처가 불분명하면 사업화가 어려운 만큼 용접과 골프장 관리, 공사 현장 등 자동화 수요가 높은 분야를 선점한 기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일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피지컬 인공지능(AI) 로봇 스타트업 디든로보틱스는 100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 유치 과정에서 20곳이 넘는 벤처캐피털(VC)이 투자 의사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400억원은 기존 투자자가 맡고, 나머지 600억원을 놓고 여러 VC가 투자 의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디든로보틱스는 산업용 사족 보행 로봇 '디든 스파이더'를 핵심 제품으로 내세우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과거 로봇 기술력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최근에는 로봇의 사용처로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 디든 스파이더는 사족 보행 기술과 자석을 활용한 흡착 기술로 로봇이 선박 내부의 벽과 천장을 오가며 용접과 검사, 보수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국내 주요 조선 3사와 실증을 진행했고, 일부는 제품이 출시되면 구매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제품 출시 후 판매·매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투자 유치가 흥행한 배경이다.
골프장 관리 로봇을 개발하는 엑스업도 구체적인 사용처에서 사업 기회를 찾았다. 엑스업은 LG전자(066570) 사내 벤처에서 출발해 2024년 분사한 스타트업이다. 골프장 잔디의 손상 부위를 찾아 복원하는 자율 주행 로봇 '채움'을 개발했다. 골프장을 넘어 환경이 유사하고 자동화가 필요한 농업으로 분야도 넓히고 있다.
이들 기업은 인력난이 심화하는 산업 현장에 로봇 기술을 적용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용접은 숙련공 확보가 어려운 대표적인 분야다. 임금이 낮고 노동 강도도 센 편이다. 특히 조선업에서는 과거 불황기에 빠져나간 숙련공들의 복귀 기피가 심화하고 있다. 골프장 관리 역시 많은 인건비가 들어가는 데다, 관련 인력도 줄어드는 추세다. 생산성을 높이면서 빠져나간 인력을 대체하는 방안으로 로봇이 떠오르고 있다.
해외에서도 인력난이 심한 산업에 특화된 로봇 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네덜란드 스타트업 모뉴멘털은 건설 현장에서 벽돌을 나르고 쌓는 로봇을 개발해 네덜란드와 영국에서 운용하고 있다. 숙련 벽돌공 부족과 낮은 생산성이라는 건설업계 문제를 공략해 주택 100채 이상과 학교·호텔 등 건설에 로봇을 투입했다. 뚜렷한 사용처와 현장 실적을 토대로 7월에 3200만달러(약 440억원) 규모 시리즈B 투자도 유치했다.
향후 로봇 스타트업 투자는 기술력보다 고객사의 도입 가능성과 비용 절감 효과에 좌우될 전망이다. VC와 액셀러레이터 등 투자 업계 관계자들은 "기술력이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라온 만큼 앞으로는 실제 매출로 연결될 시장이 불투명하면 후속 투자 유치가 어려워질 것"이라며 "기존 인력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작업을 수행하고 도입 효과를 수치로 입증하는 기업에 투자가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