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에 필요한 것은 하나의 거대한 단일 생태계가 아니라, 각국의 강점을 엮어주는 '연결된 스타트업 생태계'다. 각국이 고립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서 벗어나 국경을 넘나드는 연계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전화성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장(KAIA, 사진)은 1일(현지시각)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2026 APEC 중소기업 혁신·협력 워크숍(APEC SME Innovation and Collaboration Workshop)'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스타트업의 글로벌 스케일업(성장)을 가로막는 본질적 원인이 '파편화된 규제와 연결 부족'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전화성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장이 9월 1일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APEC 중소기업 혁신·협력 워크숍'에 참석했다./사진=유윤정 기자

이번 워크숍은 'APEC 차이나 2026'의 일환으로 개최됐으며, APEC 회원경제체의 중소기업 혁신과 초국경 투자·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전화성 협회장은 중국 중소기업발전기금 관계자와 함께 초기·소형 혁신기업 투자와 중소기업 성장 방안을 다루는 세션의 연사로 참여했다.

◇국경 막힌 스타트업… "핵심은 조율의 실패"

그는 스타트업의 성장 방정식이 단순 멘토링 제공에서 자본·시장·기술·신뢰 등 4대 핵심 자원을 국경 너머로 이어주는 '성장 인프라'로 바뀌었다고 진단했다.

현재 APEC 신흥국 일자리의 70%를 중소·마이크로 기업(MSME)이 담당하고 있지만, 국가마다 다른 규제와 인허가, 현지 정보 부족, 초기 투자자의 추적 투자 부재 등이 이들의 해외 진출을 가로막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 협회장은 "기술 장벽보다 더 큰 문제는 국가 간 '조율의 실패'"라며 "일회성 진출 프로그램이 아닌 지속 가능한 정착 구조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스타트업 단순 육성을 넘어 문제 정의 단계부터 지역 맞춤형 기업을 함께 만드는 '국경 없는 벤처 빌딩'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기존 액셀러레이션(육성)이 이미 존재하는 창업자의 제품, 시장적합성과 투자 유치를 돕는 네트워크 중심 방식이라면, 벤처 빌딩은 문제 정의 단계부터 인재·기술·자본을 결합해 역내 공통 과제를 해결할 기업을 직접 만들어내는 시스템이다.

전 협회장은 "기후·AI·물류·헬스케어 등 APEC 역내 공통 과제를 해결할 스타트업을 창업 초기부터 역내용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며 "APEC이 거대한 스타트업 소비 시장을 넘어, 역내 문제 해결형 기업들의 창업 거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APEC 스타트업 브릿지… "3년 내 역내 연결망 완성"

그는 이를 위한 핵심 구상으로 'APEC 스타트업 브리지(APEC Startup Bridge)'를 제안했다. APEC 각 회원경제체가 개별적으로 글로벌 액셀러레이션 사업을 운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일정 기준을 충족한 액셀러레이터를 국가 간 성장 거점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구체적 실행방안으로 먼저 5~7개 경제권을 중심으로 자격을 갖춘 거점 액셀러레이터를 지정하고, 기업 및 규제 준수 데이터를 표준화한 '공통 스타트업 패스포트'를 도입하는 것이다. 이 패스포트는 스타트업의 기술·시장·투자·검증 정보를 표준화한 공동 프로필을 의미한다.

이어 회원국 간 공동 PoC(실증 사업) 및 국경 없는 데모데이를 개최하고, 민관 공동 투자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방식이다. 스타트업이 다른 회원경제체에 진출하면 현지의 검증된 액셀러레이터가 시장 검증과 규제 안내, 기업·유통망 연결을 담당한다. 현지에서 사업 성과를 입증한 스타트업에는 복수 회원경제체의 투자자가 공동으로 후속투자에 참여한다.

마지막으로 참여 범위를 확대하고 인공지능·기후기술·식품·디지털 서비스 등 산업별 초국경 성장 통로를 구축하는 것이다.

전 협회장은 "핵심 설계 원칙은 생태계 자체를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간 연결 접점을 표준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액셀러레이터의 평가 지표(KPI) 역시 단순 '프로그램 참가자 수'에서 '해외 매출, 유료 PoC, 현지 법인 설립' 등 실질적인 비즈니스 성과로 재편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전 협회장은 "단기 프로그램 위주의 스타트업 '수출'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역내 성장 인프라를 구축해야 APEC의 다양성이 강력한 성장 동력으로 전환될 것"며 "현지의 강점에 역내 연결성이 더해질 때 비로소 글로벌 스케일업이 완성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