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폼과 온라인 청원 사이트 등 무료 도구를 활용하던 팬덤 서명 운동이 기업용 유료 서비스로 한 단계 진화했다. 이름과 연락처를 취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신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활용해 다수의 서명이 담긴 문서를 체계적으로 작성·관리하기 위한 방안으로 풀이된다.
30일 엔터테인먼트와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최근 그룹 뉴진스의 팬덤 '버니즈'는 하니의 개인정보 유출 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탄원서를 모으는 과정에서 전자서명 서비스 '모두싸인'으로 참여자를 모집했다. 버니즈는 모두싸인으로 연결되는 링크를 엑스(X·옛 트위터)에 공유하고, 팬들이 탄원서 내용을 확인한 뒤 전자서명에 참여하도록 독려했다. 전자서명 서비스 이용에 필요한 비용은 모금으로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버니즈가 비용을 들이면서 탄원서 모집에 나선 까닭은 뉴진스 멤버 하니의 비자 관련 개인 정보가 외부에 유출됐다는 의혹 때문이다. 현재 서울 용산경찰서는 어도어와 소속 임직원이 업무상 알게 된 하니의 예술흥행(E-6) 비자 종류와 만료 시점, 비자 연장 관련 정보를 외부에 유출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수사기관 등에 제출할 자료인 만큼, 버니즈는 참여자 취합을 넘어 서명의 신뢰성과 증빙력을 높일 수 있는 방식을 택했다. 모두싸인은 서명자가 문서를 확인하고 서명을 완료한 시각과 IP 주소 등 진행 과정을 기록한다. 서명 절차가 완료되면 관련 이력을 담은 감사추적인증서가 생성돼 서명의 진위나 문서 위·변조 여부가 문제 될 때 증거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2015년 설립된 모두싸인은 자사 홈페이지에 '보안과 법적 효력을 갖춘 전자서명·전자계약 서비스'라고 소개하고 있다. 현재 국내 전자계약 시장 점유율 70% 수준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서명뿐 아니라 계약서 작성부터 체결, 관리까지 계약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발전하고 있다. 최근 3년간 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2023년 59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93억원까지 증가했다.
서명이나 탄원서 모집에 활용돼온 구글폼도 설정에 따라 계정 로그인이나 이메일 등 응답자 정보를 남길 수 있다. 다만 특정 문서의 열람부터 서명 완료까지 전 과정을 기록·관리하는 전자서명 서비스와 비교하면 서명자의 참여 의사와 서명 대상 문서의 동일성을 입증하는 기능에는 차이가 있다.
버니즈는 약 5000명 전후의 탄원서를 받기 위해 모두싸인 서비스를 이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비스를 이용하기 전 해외 거주자와 외국인의 참여 가능 여부 등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에 거주하는 뉴진스 팬덤이 많은 데다, 하니가 외국인이라는 점을 고려한 결과로 보인다.
엔터테인먼트와 스타트업 업계는 팬덤이 유료 전자서명 서비스를 활용한 사례가 이례적이라고 평가한다. 복수의 관계자는 "전자서명 서비스는 신뢰성과 관리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주로 기업들이 활용한다"며 "아이돌 팬덤이 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탄원서 모집에 이용한 것은 흔치 않은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이어 "팬덤 활동이 온라인 참여를 넘어 조직화·전문화되고 있다는 점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